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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나 Nov 21. 2024

내가 간호사를 그만둔 이유 -13

호텔에서 요가수업을 맡게 되다 #1

코로나로 인한 체육 관련시설 제재가 조금씩 완화되는 상황에서 운 좋게 호텔에서 수업을 맡게 되었다.

호텔에서 요가 수업이라. 뭔가 호텔직원, 승무원처럼 행동해야 할 것 같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하니 날씬하고 얼굴도 예뻐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그려져서 나와는 거리감이 멀어 막연히 부담감이 먼저 앞섰다.

게다가 호텔 GX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참여하는 대상이 일반 요가원과는 구별되는 점도 있었다


대부분은 수영장, 골프연습실, 헬스장과 같은 편의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회원권을 갖고 계신 분들이 주된 고객층이었고, 호텔에 투숙하시는 분들이 GX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는 경우에 오시는 경우가 일반 요가원과는 다른 점이었다.


그냥 쉽게 얘기하자면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사시는, 부유하신 분들이 주고객층이었다.


평균적인 연령층 또한 5-60대가 대부분이었기에 그분들의 자녀뻘되는 내가 앞에서 당당히 수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게 얼마나 긴장되고 떨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정신 차리고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요가강사로서 뭔가 한 단계 레벨업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신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나이가 많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인 지위로나 높으신 분들 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가 더 요가를 잘 알고 있을 테니 쫄지 말자!'

'그냥 계속해왔던 것처럼 우리 부모님, 가족들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하자'

'뭔가 서툴고 실수하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웃으면서 인정하고 넘어가자'

 

그렇게 호텔에서의 첫 수업은 아침 7시 수업, 한 타임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오기 전에는 그렇게 긴장되고 떨려 죽겠더니 막상 도착했을 때 으리으리하고 우아한 호텔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의 빛, 고급스러운 향기에 취해서

'내가 이런 곳에서 수업을 한다니!' 얼마나 흥분되고 신났는지 모른다.

'크. 임혜리. 정말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장하다. 대견하다.'

셀프 칭찬을 마구 하며 긴장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자신감이 가득 차 올랐다.


그렇게 이내 곧 수업 직전엔 평정심을 되찾고 떨리긴 했지만 생각보다 편안하게 요가 수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첫 수업이 끝나고 함께 해주신 멤버분들이 마치 짠 듯이 다정한 미소와 함께 모두 박수를 보내주시는데 어찌나 가슴이 벅찼는지 모른다.


이따금씩 요가원에서 수업을 끝내고 나면 한두 분씩가끔 박수를 조용히 쳐주시는 분들이 계시곤 했는데

한 분도 빠짐없이 일제히 박수를 보내주시는 경험은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정말 감격스러운 경험이었다.


이 분들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어드려야겠다는 마음, 이 시간만큼은 정말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저절로 물 밀려오듯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해 주신 분들의 입김으로 1개였던 GX 요가 수업은 8개로 늘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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