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간호사로 돌아가지 못할 거란 걸 깨달은 순간
코로나 시기라 대형 요가원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그에 따라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요가강사들은 수업할 곳이 줄어들어 다들 먹고살기 힘든 시기였다.
요가보다는 필라테스가 수익이 좀 낫다며 필라테스 강사로 전향하시거나 다시 이전의 본업으로 돌아가는 분들의 얘기도 많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는 참 운이 좋게도 고정적으로 수업하는 곳들이 늘어갔고, 그래봤자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벌긴 했지만 이전보다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 희망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보다는 더 잘 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말이다.
수업을 시작한 지 6개월쯤 되었을까?
나를 예뻐라 해주시는 분들이 생겨나면서 이런 얘기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그냥 빨리 선생님 요가원 차려야겠다" "본인 것처럼 사람들한테 이렇게나 잘해? 난 또 선생님이 원장인 줄 알았네"
그때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내가 무슨 요가원이냐며 부끄러워 도망치듯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집에 오자마자 남편한테 자랑을 해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좋은 피드백들에 나는 받아들이기보다는 점점 의구심이 들었다.
서툴고 부족할 텐데 왜 이렇게 좋게 봐주시는 걸까? 요가를 안내하는 실력보다 그냥 나라는 사람을 좋게봐주신 게 아닐까? 그게 그건가?
그럼 언제쯤 나는 사람들의 칭찬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언제 인정해 줄 수 있을까? 3년은 지나면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가도, 어찌 됐든 그때의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더욱더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정직하게 수련하는 일이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요가강사가 될 것인가?
요가지도자 과정 때 과제로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때 답변의 일부를 캡처해 왔다.
지금은 비록 유목민처럼 수업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만의 공간에서 꼭 수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강력하게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민 공간에서, 나와 마음의 결이 비슷하신 분들과 함께 요가를 나누고, 삶을 나누면서 건강하고 즐겁게 함께 살아가는 꿈. 상상만 해도 즐겁고 가슴이 설레서 반드시 내 공간을 만들겠다는 또 새로운 목표를 꿈꾸게 되었다.
그렇게 동시에 깨달았다.
난 이제 더 이상 간호사로 돌아가지 못할 거란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