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요가수업을 맡게 되다 #2
호텔에서 수업을 하게 되다 보니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내 삶의 루트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크고 작은 회사의 CEO,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인사들을 비롯해 외국인들도 투숙하면서 심심찮게 요가수업에 참여하러 오셨다.
한 번은 아랍계 외국인 분이 요가수업에 오셨는데 왜 그렇게 평소보다 부담스러웠는지 모른다.
아랍계라고 하니 뭔가 영적이고 성스러운 분위기로 수업을 해야 될 것만 같았고, 나보다 마음수련을 훨씬 오래 하셨을 것 같은데, 이미 요가 동작도 나보다 잘하는 거 아닌가 하는 별의별 걱정들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래 그냥 평소대로 하자! 나는 나만의 요가를 하면 되는 거야.
라고 위안하며 정신을 단단히 무장했다.
그룹레슨이었기 때문에 사전에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대한 양해를 부탁드렸고 흔쾌히 괜찮다고 해주셔서 그렇게 수업을 시작했다.
평소보다는 여유 있는 흐름으로, 충분히 동작을 느낄 수 있도록, 끝났을 때는 몸이 개운하게 풀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쉽게 동작을 구성해서 수업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어쩔 수 없이 수업 도중에 그분은 계속 나를 보고 따라 하시느라 온전히 몰입하는 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도 불구하고, 끝나자마자 합장한 손으로 정말 좋았다. 감사하다며 마음을 표현해 주셨다.
그 간단하고 짧은 말에 담긴 눈빛에 진심이 느껴져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정말 기본적인 영어회화만 가능했기에 끝나고 스몰톡을 이어가다가 그분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카타르에서 왔고. 정부 관련 비즈니스 때문에 왔다는 것. 여기서 2주 정도 묵을 예정인데 그때까지 1:1 레슨을 해주면 안 되냐는 제안까지 받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1:1 제안에 놀라서 내가 영어도 정말 부족하고 1:1까지 너를 혼자 케어하기에는 아직 내가 부족하다.라고 했더니 오늘처럼만 해도 상관없다. 어떻게 하면 1:1을 받을 수 있냐.라고 해서 호텔 측에 따로 문의를 해서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라 설명드렸다. 그리곤 또 한 번 나의 부족함을 강조하며 나를 좋게 봐준 것에 대한 마음은 정말 고맙게 받겠다.라고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그때 그 분과 1:1 레슨을 진행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분의 소중한 시간과 돈에 응당한 요가 수업을 제공해 드릴 실력이 갖춰있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무작정 좋은 기회가 왔다고 해서 잡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자신감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그분은 그런 나의 부족한 모습을 이미 보셨음에도 불구하고 1:1 수업을 제안해 주셨던 건데, 나는 뭐 그리 완벽한 수업을 해드리려 했던 걸까.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의 경험으로 배운 것은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데 굴러온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린 나는
내가 준비되었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도록, 나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물론 영어공부도!
<비하인드 스토리>
그렇게 그날 수업을 마무리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타르라고 검색해 보았다.
혹시나 다음 그룹레슨 때 오실 걸 대비해서 스몰톡을 좀 더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웬걸.
네이버 뉴스에 카타르 정부에서 방한했다는 소식이 있어 클릭해 보았는데 대통령과 손잡고 계시는 그분의 얼굴이 떡하니 나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