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을 뛰쳐나오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단 걸 깨닫기 이전에
사실 어쩌면 나는 잘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보람되었던 간호사를 하면서도 마음속에 갈증이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항상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뭔가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은데..'
'너 여기에만 있는 게 아까워'
이런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아니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데 왜 이럴까. 조용히 해. 지금 생활에 만족하며 감사해하며 살아.'
라며 스스로를 죽여왔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삼 교대를 하는 와중에 틈틈이 별짓을 하고 있었다.
요가, 보컬 트레이닝, 춤 배우기, 나 혼자 해외여행 가기, 공방 다니기.. 등등
때문에 동기들이 오프 때 그냥 쉬고 싶지 않냐며, 참 부지런하다며 특이하게 봤던 기억이 난다.
머리로는 몰랐지만, 내 몸은 우물을 벗어나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었던 거였다.
그렇게 타인을 통해 우물 안의 개구리였단 걸 확실히 깨닫곤
퇴사를 말하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병동에 있는 모두가 놀랬고, 충격을 받았다.
왜냐면 평소에 불평불만을 내색하지도 않았고,
정말 잘 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보통은 수간호사선생님께 퇴사를 말씀드리면 그 선에서 퇴사처리가 되지만
수간호사선생님께선 나를 회유하시기 위해,
나를 간호사의 가장 높은 직급인 간호부장님께 면담을 보냈다.
간호부장님과의 면담이라 떨리긴 했지만
결국 면담 후에 간호부장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임혜리 간호사를 이제야 안게 너무 아쉽네요.
그동안 참 수고 많았어요. 임혜리 간호사는 어딜 가서든 잘할 거야.'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던 따뜻한 눈빛과 미소는 아직도 내 가슴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렇게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첫 직장에서 퇴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