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퇴사 후 홀가분함은 잠시, 미래에 대한 무지막지한 불안감이 찾아오더라
퇴사 후 첫날 아침을 잊지 못한다.
세상에나.
아침에 눈을 떴는데 어디로 가야 할 곳,
무엇을 해야 할 것이 없는 하루를 맞이해 본 적이 있었던가 그 평온함과 행복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이불의 감촉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포근하게 느껴졌고
집안에 비친 햇살은 내 마음까지 환하게 비추는 듯했다. 황홀하다는 표현이 저절로 떠올랐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사실 매일 같은 아침이었을텐데, 퇴사를 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나 행복했던 거였다.
다음 스텝을 생각하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 후회 없이 다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바로 일본, 스페인행 비행기 티켓도 끊었다.
퇴직금과 함께 이전 직장에서 월급의 7-80%를 고스란히 저축했던 덕분에 몇 달간은 경제적인 스트레스 없이 지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간호사라는 면허증이 있으니 어디든 다시 취업하면 된다. 굶어 죽지는 않는다.
라는 패기 하나만으로,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퇴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불과 일주일쯤 되었을까
슬금슬금 구직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나였다.
아니야. 넌 좀 더 쉬어도 돼. 이런 걸로 괜히 또 스트레스받지 마. 라고 하며 사이트를 들어갔다 나오기를 한동안 반복했다.
그러다 이 주가 지나갈 때쯤 막연한 불안감들이 시시때때로 엄습해 왔고
아침에 눈을 뜨는데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자존감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또다른 우울감이 찾아왔다.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스페인을 떠나기도 전에 면접 연락이 왔고 면접에 합격했다.
그렇게 다시 원했던 곳에 취업했다는 안도감,
한 달도 못되어 자유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씁쓸함과 함께 혼자 스페인으로 훌쩍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