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100가지 정리하기
죽기 전 간호사로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에 후회할 거란 생각을 알게 된 이후로,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던 와중에 우연히 한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과 유목민의 합성어로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스스로의 힘으로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정말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그러다 이 분야에 대해 책도 쓰시고 강의도 진행하시는 분을 발견하곤, 운영 중인 모임에 참여까지 하게 되었다.
그 모임에 미션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100가지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당장에 떠오르는 것도 없는데 100가지를 어떻게 적지? 했는데 그만큼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거의 2달에 걸쳐서 기어코 다 작성해 냈다.
지하철, 버스, 집에서 생각날 때마다 적고 또 적고. 그 두 달간은 나의 장점에 대해 꽂혀서 지냈다.
그렇게 나만의 장점 데이터가 무려 100가지가 생겨났고, 한 페이지에 정리했었던 그 첫 순간.
그때 그 기분이란!
얼마나 뿌듯하고 기뻤는지 모른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재조명하게 된 정말 큰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100가지를 쭉 훑어보던 와중에 미처 놓치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요가를 취미로 10년간 쭉 지속해 왔던 사실을 말이다.
어라.
그러고 보니 항상 내 삶에 요가가 있었네.
내가 요가를 왜 10년간 계속했지?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100가지 장점데이터 중 여러 항목들이 함께 조합되면서
내가 요가강사를 한다면?이라는 질문이 쑥 올라왔다.
그때 그 기분.
벌써 4년이 흘렀을까? 여전히. 아직도 생생하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집 거실에 앉아있었던 그때의 공기가 확 달라졌다.
몸이 붕 뜬 듯, 숨도 약간 차면서 동공도 확장되는 그 느낌. 처음으로 경험한 설렘이었다.
아니 그래.
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고.
남들 앞에 서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은근히 즐기기까지 하고.
몸을 잘 쓰진 못하지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처음 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해 주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눈치가 빨라서 임기응변에도 강하고.
새롭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목소리가 좋다고 하고.
나 어쩌면 요가강사해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뒤로 나는 마치 벌써 요가강사가 된 듯,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도
괜스레 허리 한 번 더 펴게 되고, 요가식 호흡을 틈틈이 챙기는 등 태도와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게 바로 요가강사를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꿈과 현실. 이 사이에서 엄청난 갈등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