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간의 고민 끝에 요가강사를 준비하다
내가 요가강사가 된다면?
자문하곤 온몸으로 경험한 설렘은 내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이 되었다.
하지만 불꽃은 불꽃이고.
그래서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요가업계의 생태계는 어떻게 되는지.
수입은 어떻게 되는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떠올랐지만 알고 있는 정보가, 지인 또한 전혀 없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그리고 20대 통틀어 바친 간호사로서의 내 노력, 커리어가 너무나 아까웠다.
4년을 죽어라 공부하고 대학병원에 입사해 임상경험도 다양하게 쌓았고,
이제는 연차가 쌓여 태움에는 벗어난 지 오래, 병원이라는 조직에 좀 적응할 만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결혼하는 시기에 어른들의 눈치도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간호사 딸, 간호사 며느리가 더 좋지 않으실까?
어른들 시선에서는 요가강사에 대한 이미지가 간호사보다는 못 미더우실 것 같은데.
하. 그래. 내가 요가강사는 무슨 요가강사야.
따박따박 월급 제때 받고 간호사로 인정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야.
허튼 생각 좀 그만해.
라며 스스로를 계속 다독였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로 남편과 매번 저녁산책을 할 때마다 똑같은 레퍼토리로 남편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 오빠. 내가 요가강사하면 어떨 것 같아?
남편: 넌 어딜 가서도 항상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이쁨 받으니까 잘할 것 같아.
나: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왠지 나 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편: 그래. 한 번 도전해 봐. 넌 요가강사해도 정말 할 것 같아.
나: 아니 근데 이미 요가강사로 유명한 사람도 많고, 뛰어난 사람도 많은데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입도 불안정해질 텐데 그냥 맘 편한 간호사 할래.
남편: 그래도 네가 그렇게 설레고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한 번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나: 그렇지! 근데 도저히 용기가 안 나. 일단 더 생각해 볼게.
이런 대화의 반복으로 얼마나 괴롭혔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마다 남편은 한결같았다.
하고 싶으면 해 보라고.
내가 많이는 못 벌어도 안정적으로 회사 다니고 있으니까 우리 굶어 죽지는 않을 거라고.
한 번 시도해 보고 안되면 다시 간호사 하면 되지 않느냐고.
어쩌면 남편은 돈 따박따박 잘 벌어오는 간호사 와이프가 훨씬 마음 편하고 좋았을 거다.
이제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간호사를 그만두고 웬 요가강사로 도전을 한다고 하면
굉장히 당황스러웠을 수 있는데, 남편의 반응은 언제나 진심이었다.
내가 설레는 일을 정말로 도전해봤으면 하는 마음 말이다.
어느 날 남편은 내가 정말 요가강사로 도전할 거 아니면, 더 이상 그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똑같은 말 계속하는 게 힘들다고. 정말 그럴 만도 했다.
1년 6개월 가까이 툭하면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남편에게 변함없이 받았던 믿음과 응원 덕분이었을까?
별안간 불쑥 결심이 섰다.
그래. 한 번 해보자.
30년 가까이 여태껏 착실하게, 삐뚤어지지 않고 잘 살아왔는데.
정말 내가 가슴 떨리고 해보고 싶은 일 한 번 해보자.
앞으로 100세 시대라는데 뭐 내가 하고 싶은 일 잠깐 해본다 해서 큰일 날 것도 아니고.
지금 이때 내가 또 도전 안 하면 죽기 전에 얼마나 후회할까?
어르신들 눈치도 그만 보자. 내가 남편이랑 같이 살지. 그분들이랑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다 잘되고 행복해하면 되는 거 아냐?
그렇게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요가강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