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사십을, 불혹이라고 한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아서란다. 쓰여진 것과 사는 것은 늘 다르다. 나는 사십인데 아직도 하고 싶은게 너무 많고 시시때때로 유혹에 시달린다. 그 유혹은 비단 좋은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 테면, 강의차 운전대를 잡고 꽉 막힌 2차선 도로 한 가운데 정체되어 있던 어제 오전의 나는 너무 심신미약상태여서 이런 기분이었다.
‘하아, 그냥 사라지고 싶다. 나는 왜 사는거지?’
그런데 강의 후 학생들과 함께 생성해 낸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수치가 너무 커져서 돌아가는 길의 나는 꽉 막힌 도로 안에서도 아랑곳 않고 음악 크게 틀고 둠칫둠칫 완전 신나서 ‘이게 사는 맛이지’ 이러고 있었다.
생사를 가르는 선택이라는 건 그렇게 사소한 순간들의 간극에서 나온다. 얼마 전 동일한 인후통 증세로 괴로워하던 딸의 입에서 너무 끔찍한 말을 들었다.
“아휴~ 이렇게 괴로울거면 차라리 죽는게 편하겠어.”
깜짝 놀라서 연유를 물어봤더니 정말 죽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하지만, 듣는 엄마 입장에선 정말 죽겠는 노릇인거라.
생일을 맞으니, SNS의 간편한 알고리즘 덕에 1년 넘게 연락없이 지냈던 지인들에게서도 안부인사가 전해져온다.
“별 일 없이 지내지?”
흠…별 일 없이라…. 삶이란게 별일 없는게 말이 되나? 매일매일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요, 일터는 파란만장 우여곡절의 파도 속인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아내고 있는 우리다.
(원래 이런 쪼로 쓰려고 했던 게 아닌데, 내가 보기보다 참 다크한 정서가 깊어서 자꾸 시니컬하게 흘러간다, 어쩔…ㅎ)
여하튼 하고자 했던 말은, 생일 축하한다 나의 새로운 포리야~ 이 얼마나 고대했던 사십대냐! 20대부터 상담 일을 시작하며 (지금은 아닐지 모르나) 동안 때문에 오해 아닌 오해도 많이 받았다. ‘니까짓 애송이가 무슨 상담이냐’ 이런 눈빛이 파다했던 상담 초기 경력 노선을 지나 이젠 12년차!
40대는 내 눈에 매우 안정적이고 성숙한 전문가의 필드 느낌이 강했다. 그럼 내가 이제 전문가냐 하면, 그건 조심스럽다. 아니라고 하기엔 여하튼 경험과 경력이 쌓였고 그렇다고 하기엔 배우면 배울수록 더 모르는게 많은 느낌이기에 그렇다.
본격적인 인디펜던트워커로 돌입한 4년 전부터, 생일은 매년 1년에 꼭 하루 제대로 나 혼자 쉬는 나만의 기념일로 지켜왔었다. 그날만은 업무 일정 다 제끼고 내가 하고 싶은 거, 꿀리는 대로 하며 놀았었다. 근데 지난주에 아픈 바람에 일이 밀려서 오늘은 오전만 놀고 오후엔 일하고 있…. 뭐 그만큼 내 업무 바운더리가 넓어진 것이라고 합리화 해 본다.
그래도 오늘은 시시때때로 행복함이 밀려온다. 몸의 피곤함이나 아픔과는 별개로 기분이가 너무 좋다.
1. 남편이 티 안 나게 일어나(모른척 하려고 누워있느라 애썼지만ㅎ) 새벽녘부터 사부작사부작 하더니 식탁에 앉은 내 앞으로, (무슨 ‘오다 주웠다’ 코스프렌지) “미역국 정식이야~” 라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이쁜 쟁반을 밀었다. 이게 왠 호사냐! 결혼 11년차만에 남편이 내 바람을 제대로 충족시켜주고 있는 현장이었다. 예전엔 3분 미역국도 감사하게 받았는데, 오늘은 제법 한우를 넣어 오래 끓인 전문 소고기 미역국! 축하한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없지만 난 이걸로 되었다!
2. 아이들이 갑자기 서재로 들어오더니, “엄마, 요즘 일 많이 힘들죠?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선생님이 이거 힘들 때 먹으면 힘 난대요~” 하며 건네준 건 비타민 씨! 아유~ 너네들은 그냥 있는 자체로 엄마의 비타민인 것을~ 내 생일 선물 해준다며 돈 모은 걸 건네주는 우리 큰딸 보니 감개무량이다.
3. 모든 축하인사가 감동스러웠지만 특히 이 아헤에게 받은 인사가 너무 감격이었다. 커리어코칭을 석달째 이어오고 있는 중학생이 수줍게 이모티콘과 함께 생일축하한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그것도 이른 아침에! 참고로 이 아이는 코칭할때도 먼저 의사표현을 하지 않으며, 평소에도 고민되는 거 있음 카톡하라고 했는데 한번도 한 적 없는 아헨데, 내 생일이라고 먼저 메시지를 보내준 자체로 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4. 생일 하루 전체를 다 놀지 못해서 아쉽지만, 오전 10시엔 마사지를 예약해서 다녀왔다. 평소엔 시간 안 나서 30분이나 60분 짜리를 하는데(그것도 갔다온지 어언 1년 넘은 듯) 오늘은 통 크게! 2시간짜리 ‘황제’ 마사지로 끊었다. 온몸의 혈을 뚫어주며 내 몸을 세심하게 어루만져 주는데 정말 힐링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 감격의 도가니에 무언가 기여하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일~ 앞으로(올해 안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봤다.
[불혹을 부록 말고 메인으로 사는 법]
1. 1주일에 꼭 한 번은 자기돌봄데이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나를 먼저 챙기고,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2. 그렇게 갖게 된 여유 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람정원 코칭을 시작한다. (상세 설명은 다음글 참고) 3. 목적없는 즐거움을 위해 소설을 읽는 모임도 만들어본다. (7월 중 안내 예정) 4. 기초체력을 탄탄히 하는 건강습관 만들기를 지속한다. (지금까진 루틴 만들기를 했고, 오늘부턴 근력을 추가할 예정이다. 내 성취감을 증진시킬 수 있는 운동도 새로 배워볼 예정이다.) 5. 스트레스가 올라올 때마다, 취미생활로 분노 돌려막기를 한다. (예: 거래처 때문에 화가 나면, 그림을 그린다. 남편 때문에 화가 나면, 걷기 명상을 한다. 강의 불안으로 두통이 올라오면, 피아노를 친다. 등등)
이 외에도 불혹을 부록으로 살지 않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 여러분의 비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