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강했던 8주 차 수업은 마치, 쪽대본 받아 찍는 드라마 같았다. 오프라인 수업으로 16차시가 설계됐는데 코로나 상황 때문에 계속 온라인으로 찍거나 갑자기 대면 수업이 통보되거나 하는 식이 된 것이다.
처음 수업 미팅할 때만 해도 새로운 시도의 프로그램이라 흥분과 설렘이 가득했다. 종잡을 수 없는 수업 스케줄은 사람을 정말 불안에 떨게 했다. 소통도 안 되는 가운데 전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떻게든 매회 임박한 과제들을 쳐내며, 결과보고의 지난한 터널을 빠져나오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뭔들 못하겠나? 쪽대본도 찍었는데!
마음먹기에 따라 이렇게 한 순간에 '불안과 흥분'이라는 두 글자 사이를 오간다. 이런 프로젝트를 하나 해냈다고 계속 자신감이 생기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나는 늘 불안하다.
내가 강의를 잘 못할까 봐 불안하고, 내가 불안해하는 걸 들킬까 봐 불안하고, 강의와 코칭 10년 찬데도 아직 매사 불안에 떠는 내가 못 미더워서 불안하다. 재밌는 것은 불안을 없애기 위해 읽었던 책 #불안감버리기연습 과 #불안의서 속의 사례를 보며 더 불안해지던 내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불안 그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고 불안해하는 자신이 두려운 거예요.
-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p.283
나는 어쩌면 자꾸 불안에 떨며 작아지는 내 모습에 더 기시감을 느낀 걸 수도 있겠다. 불안하다는 겉감정에 너무 빠져들어버린 것이다.
오늘 밤 코칭에서 주제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찾는 것'이었다. 진짜로 원하는 걸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마주하니 마치, 거울 앞에 선 느낌이었다.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신념, 뿌리 박힌 타인과 사회의 생각들을 들여다보고, 내가 좋아하고 행복하고 기분 좋은 활동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시작할 때보다 에너지가 점점 차오르는 그를 보며 나의 에너지도 절로 충전되었다.
나의 불안과 경험이 타인에게 도움과 지지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흥분이 차오른 것이다. 그 덕분에 내가 왜 커리어코치가 되고 싶었는지 의미도 새삼 기억해냈다.
6학년 때 처음, 직업사전을 만났다. 세상에 이렇게 수많은 직업이 있는데 내가 아는 직업은 고작 손안에 꼽는다는 게 충격이었다. 인생에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20대 때 다양한 경험과 직장을 거쳤고 커리어코치로 전직해 지금에 이르렀다.
막연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내 몸과 마음을 소진시킨다. 불안 증세와 유사한 심신 반응을 보이는 흥분은, 곧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에너지로 치환되기도 한다.
이왕이면 힘이 더 솟아나는 흥분 쪽을 선택하기로 결심해본다. 나는 또 불안과 자주 맞닥뜨리겠지만, 불안한 상황을 바꾸기보다 나의 마음을 에너지가 차오르는 흥분 상태로 바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