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있어야 밝아진다

그림 그리며 배운 인생팁

by 바람코치 신은희

요즘 나의 그림 그리기 욕구는 최고조다. 매일 너무 그리고 싶다. 보는 족족 그리고 싶은데 아직은 표현력이 많이 부족하다. 그림 그린지 반년 정도 밖에 안 됐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늘 갈급하다. 그래서 그림 유투버들의 영상을 따라 하며 급한대로 그들의 노하우를 어깨 너머로 카피 중이다.


수채화든 오일파스텔이든 색감이 참 화사하게 잘 표현된 그림의 공통점은 음영이다. 그냥 밝은 바탕색만 있어서는 입체감이 살아나지 않는다. 아 물론 일반만화와 같은 2D 일러스트레이션에선 평면감 속에 동작 표현이 더 중요하겠지만서도, 계속 풍경화를 그리고파 하는 나에겐 원근감, 소실점, 입체감 등의 실제감이 더 중요하다.


사진도 아닌데(사진도 순간을 박제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림에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고픈 나의 욕구는 좀 과도하다. 열심히 잘 그린 그림들을 관찰하다 보니 치트키는 그림자였다. 어두운 곳은 어둡게 밝은 곳은 밝게 칠해줘야 그림이 비로소 살아난다.


나는 아직 그림 초보이기 때문에 충분히 어둡고 진하게 칠하기를 두려워하는 편이다. 너무 짙어지면 그림이 망가질까봐 겁내는 것이다. 어제 파도 그림의 물보라를 표현하려다 깨달았다. 그림에 하이얀 빛 반사나 새하얀 반짝임을 표현하고 싶다면, 주변이 충분히 어두워야 한다.


이 파트가 흥미로웠다.

어두운 곳엔 가지 말라는 말들을 어려서부터 들어온 우리 아닌가? 누군가 어둡거나 기분이 다운돼 있으면, 우리는 너무 쉽게 "힘내" "괜찮아" "웃어야지!" "툭 털어내버려" 라는 말로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사실은 그의 어둠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이 두려운 건 아니었을까?


그림에선 충분히 색이 어두워야 밝은 빛이 잘 드러난다. 우리 인생에서도 기쁜일만 있지는 않다. 우여곡절이 늘 예고없이 들이닥친다.


사실 고백하건대, 늘 밝아보이는 나도 혼자 있을땐 지나치리만큼 다운되거나 우울한 어둠 속으로 잠식될 때가 많다. 내가 어두워졌다는 걸 알아차릴 때면 사회화된대로 자신에게 명령한다.


'뭐하는거야? 이럴 시간이 어딨어? 얼른 일어나! 할 일이 많아. 우울할 시간도 사치라고'


하지만 그 때의 나에겐 보다 더 어두움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더 머무르고 더 깊어지면 바닥을 치고 나서 올라갈 빛의 방향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니 때론 진해지는 어둠을 가만히 관찰해보자. 얼마나 더 짙어질 수 있는지, 어디까지 어두워질 수 있는지. 동전의 양면처럼 그 어둠과 그림자 또한 나인것을 간과하지 말자. 어두운 내가 있기에 밝은 나도 있다.


오늘은 어둡고 우울한 나를 안아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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