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좋아서 바다를 그린다

문지르다보면 완성되는 바다

by 바람코치 신은희

이번주도 미친듯이 바쁜 한주였다.

매일매일 쳐내야 할 일이 많았다.

월요일엔...괜찮은데? 하다가 화요일부턴 불안이 어김없이 올라온 건 수요일부터 3일 연속 있는 강의 때문이었다.


강의할때는 무대체질처럼 태연해보이지만

실상은 교안 준비할 때부터 바들바들 떨다가

강사소개할 때도 의외로 쑥쓰러워하는 낯가리는 강사다. 다행히 지난 12년간 아무도 눈치 못챈듯 하다.


여하튼 이렇게 숨가쁜 랠리를 마친 후엔,

맥주보다 그림이다.

그림이 너무 고팠다.

그냥 풍경이, 화구가, 그림이 나를 부른다.


르네 마그리트는 '보이지 않는걸 그린다' 는데

나는 아직 자신이 없어서 보고 따라 그린다.

백퍼센트 독학이다. 유투브에 훌륭한 선생님이 많으셔서 가능한 일이다. 언젠가는 나도 내가 보는대로 그대로 그려보고도 싶고, 안 보이는 것들도 그려내보고 싶다.




오랜만에 오일파스텔이다.

혼신을 쏟아부은 파도서핑 그림 이후, 왠지 그보다 더 잘 그릴 자신이 없어서 수채화며 펜화며 돌고 돌아왔다. 각 재료마다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채화는 번지는 물맛,

펜화는 흑백의 진중하고 날카로운 맛,

오일파스텔은 꾸덕꾸덕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파도를 너무너무 표현하고 싶은데~

그 윤슬이며 부서지는 하얀맛을 아직까진 오일파스텔 외 대체재를 못 찾았다.


아무튼, 그린다.

애들 다 재우고 남편도 재운 11시 40분!

내일 오후 시험도 있는데 어쩌자고 그림을 시작해서 1시가 되서야 마쳤을꼬...

그리면서 여러번 그만두고 싶었다.

아무리 아무리 힘주어 문질러도 뭔가... 제대로 착색이 안되는 느낌에 자꾸 망했다는 감정이 올라와서다.


오일파스텔의 장점은 계속 덧칠하며 블렌딩해가는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묵묵히 누르고 또 누르고 오른쪽 다섯손가락 모두에 불이 날때쯤 끝이 보였다.


나는 일출을 그리고 싶었을까, 일몰을 그리고 싶었을까? 나는 애시당초 손에 불이 나게 문질러야 하는 오일파스텔을 왜 택했을까? 다 그린 후엔 어서 자지않고 왜 이런 느낌을 글로 남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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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모두 나에게 자가치유제이기 때문이다. 요 며칠 심한 편두통과 복통에 시달렸었는데, 그림 그리는 동안엔 두통이 멎었다. 아직 저 멀리에 존재감이 남아있지만 부디 내일은 안 아프기를...바라는 마음을 이 오일파스텔화에 꾹꾹 눌러담았다.


다 그리고 나서 사진을 찍어보고나선 혼자 히죽거렸다.

생각보다 색감이 잘 나온듯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그림도 끝을 봐야 행복해진다.

이게 일출이든 일몰이든 뭔 상관인가.

내가 그리고 내가 행복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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