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까 말까 할 때는 멈추지 말Go!

기본기의 힘

by 바람코치 신은희

다시 탄력받아 요 며칠 그림을 매일 그리다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뭔가 배울 때 반복하는 걸 싫어한다. 계속 새로운걸 탐하는 나. 분명 나는 아직 그림 초보고 아마추어다. 내가 원하는대로 표현하는게 아직 서투르다.


그럴수록 기본기가 중요한데, 그 기본기를 탄탄히 하는 시간은 지루한 반복에서 나온다. 지루한 반복 속에는 반복되는 실수와 좌절도 꼭 포함된다. 그래서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비교적 잘하는 것 같은 풍경화나 이제 물맛이 좀 들은 수채화, 세밀화 만 계속 해보고 싶다. 수집해놓은 바다 관련 이미지만도 수십개. 그런데 어제 파도와 구름 표현을 하며 느꼈다.


'나는 아직 기본기가 부족하구나'




기본기를 다지는데는 펜화가 그만이다.

수채화보다 비교적 도구는 단순하지만 묘사가 디테일해야 하고 수많은 선긋기가 동반되기 때문에 기본기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역시....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꾸 지루해진다. '지루하다'는 감정은 노력보다 운? 반복보다 새로움을 탐하는 내 성향에서 자주 튀어나온다.


흔들리는 마음은 선에 그대로 투영된다. 선긋기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선이 구불구불하다. 당연한 결과를 보고 IC~IC~가 반복된다.


꽃 그리기도 그냥 맘 먹은대로 촤라락 그려지는게 아니다. 튜토리얼에 따라 그려보는데 와~ 이건 최소 수학 공식이나 캐드 기호나, 과학 아이가?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다양한 각도에서의 꽃잎을 그려보며

'그래, 여기까지 하고 그만할까?' 싶었다.

나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더 이상 했다가 할 수 있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달까?


그래도 곧 여름이 끝나가니 해바라기 꽃은 꼭 그려보고 팠다. 어제 컬러 플러스펜도 마련했겠다, 아이 모르겠다~ 도저언!


보여지는 구도대로 꽃잎을 그리는데 자꾸 빗나가는 선들. 구불거리는 꽃잎들... 하아. 속상하지만, 완성됐을 땐 다를 수 있으니 멘탈 잡고 다시 가본다. 옆에서 얼마 전 내가 완성한 뱁새와 작약꽃 그려보고 싶다고 펜 잡은 딸도 잘 안 그려진다며 구시렁 구시렁.

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에는 내 코가 석자라 함께 욕을 욕을 해가며 그렸다.

"엄마, 나 이거 못하겠어~ 자꾸 망치는 거 같아"

"그릴 수 있는 만큼만 그리고 포기해던가, 끝까지 그려보던가 선택은 네 몫이야."

"......."

"포기를 하더라도 잘못된 선택은 아니야, 너는 네가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한거니까"

"나 그럼 엄마랑 다르게 그려도 돼요?"

"당연하지~"


위가 내 그림, 아래가 딸 그림

결국 끝까지 그리고 나서, 나랑 유산소 댄스까지 추고 자러 들어간, 내 딸의 그림은 나보다 훨씬 풍부한 표현력과 창의력을 보여줬다. 내 딸이지만 부럽다. 이 아이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나도 멈출 순 없지!

계속해서 해바라기를 그리고 컬러 플러스펜으로도 색감을 묘사해봤다. 속으로 최면을 걸면서~

'이건 고흐의 해바라기 스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가 고흐다.)

해바라기 하나,

'여기서 멈출까?

아니다, 하나 더 그리자'

해바라기 둘,

'여기서 멈출까?

아냐~ 물을 묻히면 색감이 더 도드라질 수도 있어!

수채화 효과 내보자! 해보자!'

처음 써 본 워터 브러시 펜, 물 조절 실패.

'으악! 망했다 망했어~!

아니야 넌 망한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해 본거야

이제 물 조절법 알았지?

다시 해보자'


이렇게 내 안의 다중이와 싸우며 오늘의 펜 드로잉 기본기연습 완료!




내가 잘하는 것만 계속 해보는 것도 내 자존감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길게 가려면 역시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는만큼 지루한 반복을 통한 차이를 노려보는게 좋다.


오늘의 교훈!

실패하더라도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YES YES YES! Why not?^^

나는 오늘도 자라고-ing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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