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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Nov 17. 2020

잡았다, 가을

울긋불긋했던 우리네 중딩 시절도 함께~

가을이 가는게 아쉬웠다.
아니 억울했다. 내가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일에만 치여 이 계절을 만끽하지 못하나 싶었다.

오늘은 작정하고 거리로 나섰다.
중학교 동창과 함께!


고즈넉한 #경의선책거리 를 함께 걸으며, 가는 시간을 붙잡아 하나하나 펼쳐보았다. 서로 마주보자, 우리의 시간이 다시 중학교 때로 돌아갔다. 친구는 내가 모르던 내 중학교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가 잊고 있었던 그의 해사함을 성대모사와 함께 끄집어 내어주었다.


유난스러웠던 우리의 10대, 유일하게 오갔던 서로의 집에서 우리는 우박처럼 내리던 빗 속에서 미친년처럼 춤추기도 하고, 패왕별희 비디오테이프를 물리도록 돌려보기도 했다. 특공무술을 하던 친구의 낙법 상대가 기꺼이?되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도 수십번이었던 그 시절.


고딩땐 대입준비에 치여 자주 못봤지만, 결혼 전인 20대 때도, 회사 다니던 30대 때도 우린 만났고 변함없이 우리 앞의 생을 나눠먹었다. 아이 크는 이야기, 각자의 진로 이야기, 먹고 사는 이야기.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나는 언제고 다시 중학교 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숲길을 걸으며 다시 우린 현재와 미래를 궁금해했다.

"은희, 너는 뭐가 되고 싶어?"

"사실 난 있잖아...요즘 되고 싶은건 없어. 목표나 계획을 세우기보단 지금, 현재를 살고 싶어."

"의외네~ 커리어코치 인 사람의 진로가 불분명하다니."

"하고 싶은것도 여전히 많고, 세상은 불확실한데 나를 계속 목표에 맞춰 재단해나갈 순 없으니까~ 현재를 충실히 사는게 지금으로선 최대 목표네."


"너는 어때? 어떻게 살고 싶어?"

"난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이 있어. 택배도 덜 시키고, 차도 안 몰고, 환경을 위해 로션이나 비누도 만들어쓰고."

"우와 대.다.나.다."

"남편과 아들을 비롯해서 다들 이런 나를 불편해해. 고기도 잘 안 먹고 하니까. 하지만 나부터라도 노력하면 내 다음세대들이 사는 지구가 조금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친구야 너 정말 멋지다"

"너도 너답게 멋져 은희야"


이 와중에 우리 주변의 정취는 빠알갛게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고 있었다. 벚나무는 봄에도 가을에도 이렇게 곱구나. 책거리 답게 컨테이너 속 문화책방들과 전시공간은 아늑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다행이다. 가을을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친구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헤어지며 40대때 만나자는 얘기를 건넨 친구 인사에 괜히 울컥했다. 너와 나는 10대때 만나서 40대에도 함께 추억을 향유하는 오랜 벗이 되었구나.

별같이 반짝이는 내 친구야~
우리 앞으로도 백년해로(읭?)하자.



#문화산책 #인문산책 #친구의소중함 #가을 #울긋불긋한우리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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