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딜레마

아이가 크리스마스 생이면 매년 일어나는 해프닝

by 바람코치 신은희
딜레마(dilemma)

1.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 (출처: 네이버국어사전)




우리 둘째는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 혹자는 그럼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 선물을 퉁치면 되겠네 하면서 좋겠다 하지만, 막상 현실엄마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 매년 돌아온다. 점점 머리가 굵어지는 아이는 산타의 존재는 믿으면서 자신의 생일날짜도 명확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아버님 생신도 매년 이맘때쯤(음력인데 참 한결같이 날짜가 크리스마스 전후다)으로 겹쳐서 생일잔치는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올해는 더 큰 딜레마가 생겼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때문에, 작년까진 유치원으로 오셨던 산타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떤 부모는 초등학생부터는 산타가 아닌 부모에게 선물을 받는 거라고 하는데 나는 차마 벌써부터 동심을 무너뜨릴 순 없었다. 이미 코로나 때문에 1년 이라는 시간을 친구들과 뒹굴지도 못하고, 밖에 맘껏 나가 뛰놀지도 못하고, 집안과 마스크 속에 갇혀 지냈던 짠한 아이들이 아닌가.



고민하다 어제 결국 큰 애에게 물어봤다.


"엄마가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는데, 초등학교부터는 산타가 우리집으로 직접 오신대. 그래서 말인데 뭐 받고 싶은지 생각해봤어?"

"근데 엄마,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되서 못 오시는 거 아니에요?"

(아뿔싸... 음음....)

"아, 그런데 외국은 미리 백신을 맞았잖아? 산타도 미리 백신을 맞아서 올 수 있대"

"그럼 엄마, 왜 작년까진 유치원으로 왔는데 올해는 우리집으로 와요? 주소를 알아요?"

(아뿔싸 22...음....음...)

"누나, 우리는 내일 유치원으로 산타할아버지가 오신다는데? 나는 목기롱(요괴메카드에 나오는 캐릭터) 장난감 받게 해달라고 미리 소원 빌었어."

(아뿔싸 333... 생각해보니, 이번 유치원에선 지난해 다녔던 유치원과 달리 미리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봐서 유치원으로 보내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럼 산타할아버지한테는 다른 선물을 받게 될 텐데, 모두 들통날 게 아닌가? 이를 어쩌지?)

"OO아,잠깐만 엄마가 일단 누나랑 얘기하고 있었으니까 마저 물어볼게."

"엄마 엄마, 저는 놀쥐(얘도 요괴메카드에 나오는 캐릭터)로 보내달라고 해주세요, 그런데 어떻게 알려드릴거예요?"

(아뿔싸 4444.... 흙흙)

"으응....요즘은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엄마가 문자로 보낼 수 있어. 이것봐, 보냈지? 걱정 마"

"그런데 엄마, 산타는 왜 할아버지예요?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따로 있잖아요. 산타 할머니도 있어요?"

(아 몰랑...울고 싶다...)

"음.... OO이는 어떨거 같아?" (그래, 역질문 자연스러웠어)

"있겠죠 뭐~저 이제 놀아도 되죠?"


생각보다 아이들은 단순하다. 지금은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나도 어릴 땐, 혹시라도 눈뜨면 산타가 선물 못 놓고 갈까봐 화장실 가고 싶은데도 꾹 참고 눈을 질끈 감고 지샜던 밤들이 있었다. 엄마가 되니 크리스마스에도 왜 이렇게 생각할게 많은지. 하필(?) 둘째는 25일에 태어났고 말이다. 그게 또 말하자면 긴데, 원래는 1월 4일 생이었어야 하는데 내가 당시 미쳐서... 석사 과정을 너무 빡세게 다닌 바람에 종강 일주일만에 양수가 터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됐다.


누굴 탓하겠는가. 나는 두 아이 엄마고, 일하는 엄마고, 동심은 지켜주고 싶은 엄마고, 크리스마스와 둘째의 생일은 매일 같은 날에 돌아온다. 참! 유치원에서 산타를 미리 만날 둘째에게 누나한테 따로 찾아오는 산타는 누구라고 얘기해야 하나? 그냥 올해는너네 코로나에도 잘 버텨서 수고했다고 산타가 선물 두 개 준다고 둘러대야 할까?


머리 아픈 산타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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