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만병통치약 to me

걷기의 치유력

by 바람코치 신은희

지난 사나흘은 꼼짝도 못 하고 끙끙 앓아누웠다. 원인모를 복통과 원인은 알지만 때가 지나가야 낫는 두통의 하모니가 내 몸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죽을 먹고 누워있기를 사흘째...


어제 오후 2시경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엄마가 아프니 아이들은 계속 TV만 보고 있고... 같이 병들어가는 느낌이어서 싫다는 걸 끌고 밖으로 나갔다.


몸이 나아진 건 아니었지만 4개월째 매일 걷기를 해 온 나로선 안 걷는 날이 더 아팠기에 일단 나간 것이다. 나야 몸이 아파 오한이 올라오니 기모 티에 외투를 걸쳤지만 애들까지 얇은 패딩을 입히고 나온 건 최대 실수였다. 온갖 잔소리를 들어가며 함께 걷고 있자니 아~ 그래도 숨이 쉬어진다.


때는 바야흐로 온갖 다양한 초록색이 빛나는 봄이로구나. 흩날리는 홀씨들도, 나풀거리는 수양버들도, 새초롬한 다홍빛 철쭉들도 반갑다야. 내가 누워있느라 허리가 끊어질뻔한 동안에도 너희들은 생동하는구나.


애들하고 걷다 보면 온갖 풀꽃 이름 박사가 된다. 모르는 건 구글 렌즈로 찍어보면 되는 데다 큰딸이 식물도감을 줄곧 읽더니 어느새 식물 박사가 되어있어서 그렇다.


- 큰 딸과의 대화 -
오~ 이것 봐 봐 개불알풀이네?
아니에요 엄마, 이건 꽃마리예요~~
그으래? 어떻게 알았어?
이건 이파리 끝이 말렸거든요
우와아~


- 아들과의 대화 -
엄마, 이 꽃 구글 렌즈로 찍어봐요.
움.... 나왔다! 베고니아!
네? 베고니아요? 희한한 이름이네. 배고프냐아? 배고프니아야? 이러다 베고니아가 됐나?ㅎㅎㅎ

이렇게 딸, 아들과 함께 웃고 걷다 보니 점차 기력이 난다. 두통도 슬그머니 방을 빼고 있고 복통은 조금씩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이러니 내가 흐린 날에도 비 오는 날에도 안 걸을 수가 없다.

어젯밤엔 내가 매일 걷는 풍경을 그렸다. 그림도 나에겐 엔간히 잘 듣는 치료제다.

오늘 아침에도 바람 부는 날씨를 보니 걸을까 말까 망설이다. 길 위로 발을 내디뎌본다. 내가 그렸던 지점도 다시 찾아가 본다.

흐린 날은 흐린대로의 멋이 있다.

매일 다르게 숨 쉬는 이 풍경이 나는 또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고 만다.

아~ 오늘도 걷기를 참 잘했다.
만보가 아니라 육천 보여도 괜찮다. 나는 내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걷고 또 걷고 싶으면 또 걸으니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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