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아르바이트

미국생활

by BreeZE



99년생 아들이 있다. 10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계획이 있어서나 뭔가 하고자 하는 일의 선택에 따른 행로는 아니었다. 그래서 충격이 컸고 난 아직도 완전하게 벗어난 것 같진 않다.


내가 사는 곳은 미국이다.


한국보다 기회가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실 아직도 미국은 아메리칸드림으로 불렸던 많은 기회가 있는 곳이다. 본인이 해내겠다는 마음만 굳건히 먹는다면 의지에 따라서는 정해진 코스가 아니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의 선택이 가능하고 나이나 군대로 제한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더욱 선택의 가능성이 많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을 악용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학교에 가지 않아도 취업하지 않아도 파트타임 시급이 높기 때문에 먹고살 수 있고, 웬만한 곳에선 인종, 종교, 신분 상태 등을 차별할 수 없기에 더욱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물론 어느 정도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기엔 좋은 학교 졸업장과 안정된 직장이 꼭 필요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학교를 그만둔 아들은 지루할 대로 지루한 긴 시간을 갖고 있고 뭔가를 할지 막연해 보인다.


90 또는 100까지 사는 인생에서 뭐가 급하겠나 좀 돌아가면 되지 생각하며 애써 나를 위로하던 3년의 시간이 꼬박 지나자 여전히 별 일 안 하고 있는 아들과 덩달아

그 시간 동안 고민과 갈등, 믿음과 의혹 속에서 파도를 타고 있는 중이다.


두 달 전 , 아들은 동네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시급 11.59. 최저 임금이 15불을 육박한다고 신문에서는 매일 떠드는데 아들이 받아오는 돈은 여기서 세금을 뺀 액수다. 업장 규모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동네 카페에서 빙수를 만들고 캐시어 일을 보고 커피를 뽑고 재료를 손질하는 일을 번갈아 한다고 했다.

아들은 계속 돈을 벌겠다고 했지만 막상 움직이기 시작하니 자리를 얻기 어려웠다.

이 동네에는 대학교도 많고 일 할 수 있는 젊은 인력들이 많다 보니 경험이 없는 아들을 잘 얀 뽑는 것 같았다.

그러다 인터뷰도 열 몇 군데 하고 지원서도 스무 장 가까이 낼 때쯤 새로 생긴 이 가게에서 채용해줬다.

늘 학교를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 자격의 졸업장을 가져서인지 조마조마하던 엄마 마음에는 그 날이 마침 아들 영명축일이라서 성인의 도우심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았다.

매일 한숨짓던 엄마의 마음은 그렇게 약해져 있었다.

사실 성인이 도우셨다고 진심 믿고 있기도 하다.

정말 기뻤다.

뭔가 시작하고 움직이고 세상을 향해 발 내미는 일이 어릴 때 첫걸음 떼던 아이를 응원하던 그 마음과 같았다.

일을 시작하고 하루나 이틀 하다 말면 어쩌나 싶었지만. 곧 잘 다녔다.


남편과 아들을 격려도 해 줄 겸 카페에 들렀다.

아들은 일을 하고 있다가 우릴 반겼다.

마침 여주인이 있었고 우린 인사를 건넸다.

빙수를 시키고 자리에 앉자 주인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아들이 아이들과 잘 못 섞이고 일을 잘 안 한다며 뭔가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시간을 조금밖에 줄 수 없다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경험이 없고 집에서도 정리 정돈을 빠릿빠릿하게 잘하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예견하고 있긴 했다.

자기 방도 잘 안 치우던 아이인데, 주방 일이 대부분인 카페에서의 모습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경험이 없던 아이라 그렇다며 그래도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카페를 나섰는데, 난 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아서 그런가 하는 구실을 찾고 있었다.

원래도 사회성이 그리 좋지 않았고 자기주장도 강한 아이니 없던 얘기를 듣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난 마음이 약해졌고 며칠 동안 가슴앓이를 했다.

그런 일을 겪고 적게 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목표인 액수를 벌겠다던 아들은 가끔 와서 시간을 적게 준다며 불평을 하면서도 일을 하러 나갔다.

난 아들에게 더욱 열심히 하고 부족한 부분은 고쳐 나가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양 쪽의 입장을 이해하기에..

그러더니 어젠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주당 8시간밖에 일을 주지 않았고 다른 알바에게 일이 생겼을 때의 커버만 주로 시킨다고 했다.

아들에게 얘기했다.

네가 얻은 것. 배운 것. 고칠 것이 뭔지 생각해보고 다른 일자리에서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일하라고 말이다.

아들은 뭔가 주방 용품을 파는 세일즈 알바에 지원했다며 인터뷰를 하러 나갔다.


아들은 오늘도 알바를 구하는 중이다


난 움직이기 시작한 아들을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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