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막 가슴 설레게 만들던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보았다
#봄밤
개인적 경험이 있기도 하다.
꽃잎 날리던 봄밤에 좋아하던 사람과 손 잡고 걸으며 사소한 얘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 셀렌지도 모른다.
살아보니까 어떻더라의 얘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지나 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젊은 날에 생각하게 되는 연애. 사랑. 배우자 등등
살아보니 내 생각과 같지 않았고 겪고 난 후에 인생은 이런 거구나 뒤늦게 깨닫기도 했다.
극에서 보여준 에피소드들은 현실에서도 있음 직한 일들이다. 미혼부라는 남자 주인공의 핸디캡은 사람들의 편견과 몰이해 속에서 인내와 배려를 배우게 한 동력으로 그려졌다.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던 것은 지켜야 하는 것들을 꼭 지켜내야만 할 이유가 있을 때다.
내 계획과 같지 않고 내 생각과 다른 일들이 생겼을 때
견디고 견디며 지켜낼 대상이 있다는 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든 누군가의 계획일지도 모르겠다.
그 계획이 내 의지와 아무 상관이 없더라도.
#어른 같은 어른.
나이가 들어 저절로 얻어지는 인격이 아니다.
시간의 가르침 속에서 인생이 던져주는 씁쓸함을 군말 없이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시간의 어둠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만 오는 소중한 선물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돈이나 사회적 위치, 남들보다 더 가진 것들을 우위에 놓고 살다 보면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버려지는 것들이 많이 생긴다. 그 어마어마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선 존재 자체가 덜 중요시되기도 한다.
극 중 보여준 정인 아버지의 모습이 그렇다.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삶의 모습에서 정인이나 서인이 멀어진다고 생각되자, 폭력도 참고 살아야 한다는 강요나 본인의 사회적 자리를 잃을까 하여 결혼을 강요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 사람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는 행동으로 나오게 되어있다.
자식들의 참 행복이 뭔지 이해하는 정인 엄마는 자식들에게 기대하지 말자며 그만큼의 실망이 오게 된다며 그들에게 맡기자며 뒤로 물러선다.
자식을 키워보니 그들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야 할 순간이 온다. 그 지점이 누군가에겐 공부에 대한 포기로 누군가에겐 번듯한 직장에 대한 포기로 누군가에겐 결혼에 대한 포기로 , 지점이 다를 뿐 결국 오고야 마는 순간이다.
함께 식사를 마친 정인 엄마가 외로운 시간을 견뎌낸
사윗감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했더라도 혼자 거리를 걸으며 휑한 마음을 다스릴 수밖에 없음도 분명 마음 한편에 자리했던 자식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허물어지는 지점이었다.
그 허전한 순간을 누군가에게 나누고 털어놓기보다 혼자 걷는 그 마음이 진정한 배려를 아는 어른의 마음으로 보였다. 삶의 씁쓸함을 혼자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난관을 지나온 그들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어려움이 닥쳐오고 예기치 않은 일들이 올 테지만, 그들은 계속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잘해 나갈 거예요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사람들에겐 정리된 단순함이 있다.
복잡해 보이고 어려워 보이는 이 세상을 함께 잘 지나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우리'라는 강력한 단어밖에..
서로에 대한 제약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 위에 누군가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말 '우리'.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각자의 방식대로 사는 쿨함이 한때의 유행같이 모든 관계를 규정하고 설명된 적도 있지만, 이 드라마를 보며 내게 자꾸 보인 건 '우리'라고 되뇌며 행복해하던 모습들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해야 할 일은 손 잡고 함께 살랑살랑 걷는 일이다.
걷다 보면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바람도 불고 꽃비도 내릴 테고 궂은날엔 우산도 함께 쓰고 꽃내음도 맡으며 끝없이 함께 걸을 일이다.
손 놓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