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랜 말

완전한 해방은 없을지도 몰라요.

by 십일아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언제나 넘쳐흘렀지만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보다 슬픈 것은 없었다.

나는 언제나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돌아오지 않는 답변에는 더 끝도 없는 심연을 담아 보냈다. 아주 애처롭고 안쓰러웠다. 내내 망설였고, 의심했으며, 흔들렸지만 결국 해명할 순 없었다. 모든 걸 쥐고 있는 것은 나라고 했던가. 그러나 펼쳐본 손안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무차별적인 질문들 속에 갇혔다. 이해란 없었다. 그저 그때의 난 잘 헤쳐나갔어야만 했고, 지금의 나에게 얕은 상처 하나 따위도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괴로움이 시작됐다. 왜 그랬냐는 질문들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고, 질문들에 짓눌린 채 한없이 찌그러졌다.

세상이 짙어져 갈 때 그늘은 더 어두워졌고, 선선함은 어느새 차갑게 변해있었다. 괜찮을 거라고 웅얼거리던 말들을 멈추었다. 벗어날 수 있을까, 몸을 웅크리고 잔잔한 온기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럴 때가 있다. 분명 나아가고 있다고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아닐 때. 여전히 지나가버린 것들은 붙잡고 있고, 아직 오지도 않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것들을 걱정하며, 결국 또 나에게 현재란 것은 없어질 때.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쉼 없이 생각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고 말이다.'현재'를 살라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 것은 아닌가. 끝내 가혹하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하나둘씩 쌓여가던 침묵은 마침내 숨도 쉴 수 없는 복잡한 적막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그 암흑 속에서도 빛을 보고 싶었나 보다. 나를 무너뜨린 것들에 죽어가고 있을 때, 희미하지만 선명한 빛이 나에게 손을 뻗었다. 바람이었을 것이다. 희망이었을 것이다. 가능성이길 바랐을 것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뻗고 있었다. 상황은 언제나 참 아이러니했고,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에,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 천지였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나를 다져오던 마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미세한 진동이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미세함의 울림은 묵직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얼마의 시간이 쌓였는지도 모른다. 번뜩이던 소리도 반짝이던 모양도 아니었다. 그저 어딘가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소리였을 것이다. 그저 깨지고 깨지다가 결국엔 부서진 알갱이였을 것이다. 그저 기다림에 맞이한 움직임일 뿐이었지만 땅에 닿은 발끝이 느껴졌다. 머리가 늪의 밖에 있음을 알아차린 순간, 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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