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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Feb 04. 2024

내게 깊게 박힌 것들에게.



잠깐 시간을 멈췄다.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또 한 번 시선을 돌렸다.

저 높이 펼쳐지는 오묘한 불빛에 맘을 가져갔다.


서서히 다가오도록 뒤척이던 마음을 잠재우고, 천천히 깨어나도록 소란스럽던 마음을 다독였다. 울리지 않던 메아리가 조금씩 파고들며 속삭이기 시작할 때, 놓아두었던 적막을 슬며시 잠그고는 잔잔하게 흐르는 소리를 타고 쏟아지는 불빛에 스며들었다.


박힌 것들을 뽑아내듯이, 뽑힌 것들을 태워내듯이, 활기차게 솟아오르는 괴로움에 가차 없이 돌아섰다. 빼앗겨버린 시간이 외롭지 않도록 그 시간의 부분 부분들에 깊이 들어가 발 담그며, 텅텅 치솟는 울림을 틀었다.

꼬여버린 것들이 그 자체로 끊어져 버리도록, 망가져버린 것들이 그 자체로 무너져버리도록, 터질 듯이 울리는 깊은 새벽녘의 미로 속에서 목놓아 울었다.


두려워했던 것들을 다 토해낼 수는 없었다. 아직도 이리 볼품없이 휘청이는 마음은 나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되려 나를 가혹하게 밀어붙일 때면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끝끝내 나를 멈춰세우고, 잠시 동안이라도 위태로운 끝에서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러면 나는 순순히 붙잡힌 채로 밀려나, 어디선가 들이치는 속삭임 속에서 편안하다는 듯 잠에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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