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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Feb 18. 2024

어떻게 남겨져도 꼭 찾을 거라던.

어떤 이가 추억에 잠긴다는 것은 그리움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어떠한 시절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주 눈부시고 다정했던 시간들에 다시 빠져들고 싶다는 것은 누구에게는 아주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일이었다.


어떤 이가 추억에 잠긴다는 것은 부족함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돌이키고 싶은 어떠한 시절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주 캄캄하고 우울했던 시간들에 다시 끌려가고 싶다는 것은 누구에게는 아주 현실적이고, 겁이 나는 일이었다.


추억을 붙잡고, 추억에 붙잡히다가 아련함이라는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의 나열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번갈아가며 눌러지는 잔인한 시간들을 붙잡았다. 그 끝이라도 맴돌자면서, 저 작은 조각이라도 떼어내어 간직하자면서, 그토록 안타까운 모습을 하고서도 절대로 꽉 부여잡진 않았다. 찬 바닥에 엎드려 헛헛하게 웃다가도 또 한편으로 벅차오르는 감정에 뜨거운 눈물을 조용히 흘려보내고 난 뒤에야 거센 물보라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대로 몸을 맡긴 채 첨벙거리며 힘겹게 다다른 문을 박차고 나아갔을 때, 힘껏 끌어올린 시간을 온통 감싸고 있던 것은 뭉클하기도, 아름답기도, 어두컴컴하기도, 불안하기도 한 뜻 모를 말들이었다. 그 안을 더욱 깊게 파고들기 위해서 겹겹이 포장된 것들을 뜯는다면 또 어떤 뜻 모를 말들을 마주하게 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저 매번 매 순간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타고 흐르듯이 떨리는 손끝으로 살며시 추억의 끄트머리를 끌어당길 뿐이었다.




모든 추억을 하나하나 밝혀가기엔 나는 아직도 찾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머지않아 너와 나의 추억이 마음 그대로 빛나는 날이 온다면, 그땐 꼭 나도 나의 진심을 너에게 전하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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