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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Nov 20. 2024

그곳은 어둡고 조용하고 쓸쓸했다. 그러나 아늑했다.


늦은 밤, 축 처진 공기를 이끌며 거리를 걸었다. 뒤처진 나의 꿈들을 그 공기 위에 실었다. 나의 한숨은 이미 저만치 나아가 목적지를 향해 부서지고 있었다.


가야지, 걸어야지. 가야지, 나아가야지.

그러나 턱턱 걸리는 걸음은 어디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외로울 텐데, 아무도 없을 텐데. 외로울 텐데, 아무것도 없을 텐데.

그렇게 속삭이는 답답한 마음을 애써 숨긴 채 힘겹게 걸어갔다.


툭 떨어진 것은 눈물, 또다시 툭 떨어진 것은 바람. 투두둑 이내 쏟아지는 것은 초라해져 버린 나의 꿈.


온전히 느끼자, 이 괴로움을. 말끔히 털어내자, 이날의 힘듦을.

드디어 잠깐만 이대로 있자. 잠깐만 이대로 있어보자.

아무도 없어라, 마음껏 울 수 있게. 아무것도 없어라, 마음껏 무너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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