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대화를 걸어온 너의 말들을 꺼냈다. 그 말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너의 이야기였다. 한 번도 묻은 적이 없었다. 내게 물어온 너의 말들을. 그 대신 열심히 모아서 메마른 나의 등 뒤에다 아슬아슬하게 쌓았다. 대답할 수 있을 때가 온다면 답해주겠다며, 그런데 그 사이 네가 잊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며. 네가 아파할 말들로 보이지 않게 덮었다.
참 오래되었다. 아주 높게 쌓였다. 모든 곳에 다 놓아도 겨우 버틸 수 있을 만큼 가득 모였다. 그제야 너를 떠올렸다. 불편한 밤을 보낼 순 없으니, 너에게 보낼 말을 끄적였다.
늦어버린 답변을 했다. 어쩌면 너도 잊고 살았을지도 모를. 그냥 한 마디, 그저 긴 침묵, 또 의미 없는 한 마디와 맞춰지지 않는 이유로 차근차근 너의 이야기를 끊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끝내려는 말들에 너는 또 차곡차곡 말을 보내며 이야기를 이었다.
아 그 말은,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였던가. 두려움에 꽁꽁 묶인 채 내게 퍼져오던 너의 말들은, 네가 내게 해주고픈 이야기는 잊고 살았던 아주 오래된 노래와 같았다.
또 그제야 너를 찾아간다. 내가 미루던 시간들이 너에겐 기다림이 되었을 그 노래를 타고 간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버텼을지,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지친 노랫말을 따라 불러본다.
미련 많은 나를 위해 그 모든 후회를 짊어지고 떠나겠다던 너를, 난 보내주지 못한다. 네가 없는 하루는 날 편안케 할 테지만 네가 없는 하루는 내가 기댈 곳 없으니, 조금만 더 함께 하자며 널 또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