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기려고 했던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살면서 흔하게 만져지는 작은 흠집 같은 걸 얹고 지내다 보면, 그것들이 모여서 단단함이라는 말로 쌓이지 않을까 했다.
내가 채우려고 했던 것은 제법 단순한 것이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어떤 확신 같은 것이었다. 조금씩 틀이 잡히면 어떤 것도 지켜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생기지 않을까 했다.
빈틈없이 남기려다 한순간에 잃어버린 허무함에 남겨진 마음이 쓰렸다. 비어버린 곳곳의 얘기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지만, 채워지지 않은 채 부족함을 느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