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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말들은 품지 않기로 했던 날.

by 십일아


너는 여전히 보석이 되려 꽃이 되려 애쓰지만 난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너의 그 애씀마저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네가 가고자 하는 길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다른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더 가까워진다면, 그 거리를 사이에 두고 딱 한 걸음만 더 내딛는다면 그곳이 다르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얹힌 돌덩이들을 나눠가지려 한다. 곁에 두기만 해도 자연스레 다가와 느껴지는 그런 마음으로 대하려 한다. 연약함이 어느 순간부터 없애버리고 싶은 것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난 너의 연약함이 부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넌 조용히 날 탓하고 그 마음과 함께 지워지길 바라겠지만, 그래도 난 꿋꿋이 네가 없애려던 것들을 껴안는다.


잔잔한 편안함을 바란다. 파란 하늘 위로 힘껏 그려낸 그 어떤 것의 흔적처럼. 그것이 어느 날의 위로로 남겨진다면, 그 흔적을 따라 부서지듯 사라질 상처와 슬픔을 기꺼이 받아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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