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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함을 타고 흐르는 것은 정상이다.

by 십일아


어떤 아쉬움이 날 웃게 했다. 이 정도면 됐지 하며 놓아줬다. 한계를 느낀 것도 간절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편안한 아쉬움이 있었다. 행여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함께 했던 순간을 떠올리다 보면, 어느 정도는 꺼진 부분이 채워졌다.


몰래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가 다시 잠이 들기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밤, 왜 잊었던 아쉬움이 느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긴 밤을 채운 것이 단잠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래,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눈을 감고 줄곧 이렇게 되뇌었다.


나를 지배하던 괴로운 기분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꼭 감은 눈앞으로 더 어두운 밤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눈을 떴다. 어둠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목구멍이 간질였다. 이내 꾹 다문 입술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뜨겁고 낮은 숨을 그대로 삼켰다.

여전히 깊은 밤사이로 짧게 뱉은 말이 힘없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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