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오지 말지 싶었다. 보이지 않았으면 그 순간 네 안에 담기지 않았다면, 남겨진 줄조차 모르고 무심히 돌아섰을 텐데. 문득 텅 빈 것 같은 가슴에 왜 이럴까 무서워져도, 곧바로 다시 돌아와 지금을 살아갈 텐데.
네가 딛고 일어설 수 있게 조금만 늦게 떠나가지 싶었다. 천천히 멀어짐에 익숙해졌다면 홀로 남겨졌다고 믿지 않았을 텐데. 가끔 텅 빈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다가도, 다시 또 열심히 데우며 세상에 정붙일 텐데.
반복이 연속이 되더라도 괜찮아. 타이밍이란 참 슬프지만 어쩌면 놓친 것이 있어서 잡은 것도 있을 테니까. 타이밍이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라서 다른 것을 잡으라는 신호일 수 있는 거야.
라고 말했다. 너에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슬픈 웃음을 짓는 너를 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네가 기다린 말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