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끝자락이라도 어두운 건 매한가지였어.

6.

by 십일아


언제나 지나쳐.

곁에 머무르기엔 지나치게 날카롭지.

그렇지만 지나치려다 결국은 만나게 돼.


그러다 지쳐.

단 한 번의 손길에 약해지는 가냘픈 경계선.

아무리 감싸고 감추어도 절대 지울 수 없는 그림자.


그 어둠을 만나, 그 어둠에 살아.


불분명한 것들에 파묻혀, 내가 묻은 모호한 것들을 찾곤 해

이미 배어버린 향기를 벨 순 없으니, 매번 허상을 보곤 해


수 십 번을 넘겼지만 떠난 건 수 천 번이고, 이제 그 이상을 세는 건 의미가 없어져 버렸어.


네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

분명 너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겠지.

그럼에도 선뜻 곁을 내어주지 못하는 건, 구십구 번의 따스함보다 한 번의 차가움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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