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꽁꽁 숨겨놓은 것들을 다시 파헤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는 것은 모든 창피함을 뒤집어쓴 채,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견뎌내는 일이다
참 오래도록 묵혀놨던 것들이라서 한순간에 해소될 리가 없다
지금까지 모른척했던 온갖 불안을 매일 같이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
벅차다 아주 벅차서 억지로 괜찮다 말하고 또 억지로 웃는다
지치고 실망스러워도 아무 일도 아니란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렇게 무표정한 마음으로 아무런 색도 스며들지 않은 삶을 산다
무작정 쫓은 빛이 사실은 닿지 못할 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슬프다
그러나 맘껏 슬퍼하지 않고 그 마음을 접는다
일상에 들이친 공허를 견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