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러닝은 일종의 의식이었다
나에게 러닝은 일종의 의식(儀式)이었다. 그러니까 내 나이 서른셋 이후로는 쭉. 3년째 거의 매일 이어오는 나의 이 ‘러닝 의식’은 그날 하루 있었던 심신의 온갖 찌꺼기들을 배출해내고,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불운의 파편들을 따돌리기 위한 것이었다. 배출하고, 따돌리기 위해 설정한 나의 달리기 속도는 5km를 30분 만에 달려내는 페이스. 1km당 6분을 넘겨서는 안 됐다. 숨이 살짝 가쁘면서도 30분을 꾸준하게 달릴 수 있는 페이스. 컨디션이 좋은 날은 거뜬히 6분 페이스를 넘겨 5분 초반 페이스까지 달릴 수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6분 페이스를 달리지 못한 날에는 씻고 잠이 들 때까지, 심지어는 꿈자리까지 편치 않았다.
그날도 달리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5km, 34분 22초. 6분 페이스를 넘기고 말았다. 심지어 km당 7분에 가까운 속도였다. 정말로 이런 날엔 운동을 끝내도 개운치가 않은데, 말하자면 온몸에 보이지 않는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최악의 상황은 그 느낌이라는 것이 ‘느낌’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어떠한 형태로든 벌어지는 경우인데, 그러니까 그날이 그랬다. 34분 22초의 저주는 바로 배송됐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평소라면 꽉 차 있을 저녁 시간임에도 주차장에는 제법 빈 자리가 보였다. 내 차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한 것은 듬성하게 빈 주차 칸을 하나, 둘, 세다가였다. 선명한 ‘내 천(川)’자 모양의 얼룩이 내 차의 루프 위에 지저분하게 묻어있었다. 아니, ‘묻어있다’기 보다는 아예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얼룩의 면적은 얼핏 보아도 루프 면적의 반 이상이었다. 고개를 들자, 지하 주차장의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제 쏟아진 비 때문인 것 같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기가 막히게 딱 이 자리 위만 그랬다. 급하게 물티슈로 닦아봤지만, 얼룩은 지워지지 않았다. 시멘트 물이었다. 어중간하게 닦아내다가는 차체에 손상만 더할 것 같았다.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 시간에 무턱대고 연락할 수 있는 친구라고는 한 명, 갓 돌 지난 애 키우느라 손목과 어깨가 다 나간 한희 뿐이었다.
“헐. 빨리 보험사에 연락해 둬. 사진은 찍어놨지? 접촉 사고 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그러니? 너 삼재가 분명하다니까. 농담 아니고 사주 한 번 보고 와.”
웬일로 바로 전화를 받은 한희는 아이가 방금 막 잠이 들었다며,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일일이 얘기하려니 말하는 것도 스트레스라 속으로 삭이고 있는데…. 이번에 새로 옮긴 부서 있지? 여긴 거래처들도 다 진상이야. 거기다가 부장까지 진상. 진짜 매일 빌런 퍼레이드 당하는 중인데, 어떻게 내 집 주차장에서도 이런 일을 당하냐? 이 넓은 주차장에서 왜 하필 내 자리냐고.”
몇 마디 더 나눌 틈도 없이 한희네 아들이 잠에서 깨서 울어대는 바람에 그대로 전화는 끊겼다. 결혼과 출산까지 막힘이 없었던 한희는 그렇게 매일 몸도 마음도 바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관리사무소로 연락을 하자 10분쯤 지나서 시설 주임이라는 남자 직원 한 명이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나보다 조금 어린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인상. 눈은 작았지만, 눈썹은 눈꼬리 쪽으로 길게 뻗어있었고, 콧방울은 두툼했지만 입은 작고 입술은 얇아 전체적으로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 얼굴이었다.
“여기 주차 금지 콘이 있었는데 혹시 치우신 건가요?”
남자는 미간을 찌푸린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아뇨, 그럴 리가요. 빈자리니까 주차한 거죠.”
남자는 겨드랑이에 끼우고 있던 시설 점검 일지 같은 것을 꺼내 내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동 호수를 적었다.
“사진도 좀 찍어가겠습니다. 오늘은 관리소장님이 출근을 안 하셔서 제가 내일쯤 다시 연락을 드릴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장에서는 계속해서 시멘트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 저 할머니 또 여기 계시네.”
혼잣말치고는 꽤 큰 소리로 남자는 말했다. 약간의 짜증이 묻은 목소리였다. 남자의 시선이 향한 곳은 건너편 주차 블록 쪽이었다. 검은색 비닐봉지를 든 백발의 노파가 보였다.
“할머니! 여기 계속 오시면 안 된다니까요. 거 참. 빨리 올라가세요.”
노파는 우리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서너 번 고갯짓을 하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날마다 주차장 돌며 쓰레기 줍는 분이신데요. 아, 여기 입주민이세요. 뭐, 봉사해주시는 건 좋은데 주차장은 아무래도 위험하잖아요. 사고 예방 차원에서 이쪽으론 내려오시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렸는데도 또 저렇게…. 아휴, 참. 어쨌든 이 건은 사실 관리소 소관이라기보다는 건설사 쪽 책임도 있어서요. 건설사 쪽에 시설 수리를 맡겨놓은 상태였거든요. 일단 건설사 쪽에도 연락 취해 놓겠습니다. 차는 이제 저쪽으로 옮겨두시고요.”
남자는 다시 겨드랑이에 일지를 끼우고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주차장 출구 쪽에서 남자가 노파에게 무어라고 말하는 것이 보였다. 노파는 한 손으로 허리를 받쳐 서서 그런 남자를 향해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금 전 노파가 있던 반대편 주차 블록 쪽으로 차를 이동시켜놓고 집으로 올라왔다. 어느덧 정오가 넘은 시간이었다.
배달 앱을 켜고 점심 메뉴를 고르려는 때에 전화가 왔다. 보험사 직원이었다.
“이런 경우는 사실 고객님 과실이 없는 거거든요. 백 퍼센트 상대방 과실이니까요. 문제는 상대방이 관리사무소 측인지, 건설사 측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건데…. 어쨌든 접수해주신 건은 저희를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저희는 고객님 과실도 있을 때 움직이는 거라….”
“네? 보험사를 통해서 해결할 수가 없다니 좀 황당한데요. 그럼 차량 손상 입은 건 누구한테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 거죠?”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통화 내용을 녹음이라도 해야 하나 생각했다.
“아, 고객님. 한 가지 방법으로 자기부담금을 가지고 자차 처리를 하시면 되긴 하는데, 이것 또한 자기부담금만큼의 비용은 발생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일단은 과실이 관리사무소 쪽인지, 건설사 쪽인지를 확인하시는 게….”
전화를 끊자, 허기가 몰려왔다.
‘어쩌다 보니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긴 했는데. 저질러놓고 보니 잘한 일 같아. 아, 물론 힘은 들지. 말도 못 하게. 그래도 여자로 태어나서 엄마로 한 번 살아본다는 건 의미 있는 일, 그러니까 엄청난 일 아니겠어?’ 언젠가 한희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었다. 한희는 엄마가 되어 한 인간을 길러내는 숭고한 일을 수행 중인데, 나는 주차장에서 버젓이 피해를 보고도 정당한 보상조차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가해자 없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매일 먹고 살기도 바쁜데, 재수 없는 일에 딱 걸려서 이게 뭔 에너지 낭비람. 최근 들어서는 엄마까지 결혼정보회사에라도 가입해서 부지런히 남자 좀 찾아보라며 압박을 넣고 있었다. 연애나 결혼마저도 해결해야 할 과업이 되다니. 배달 음식을 기다리기조차 힘들 만큼 머리가 핑 돌았다. 라면 한 봉지를 꺼내고 냄비에 물을 끓였다. 물이 끓는 동안 관리사무소 직원이 알려준 건설사 쪽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지만, 건설사에서는 담당자가 출근하지 않았다며 전달이 되는 대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라면 한 그릇을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식기는 싱크대에 그대로 엎어두고 설거지 대신 넷플릭스를 켰다. 용돈벌이를 위해 남편들 몰래 다단계 업종 알바를 하다가 종국에는 마트까지 털게 되는 세 명의 여자들이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시리즈를 정주행했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해가 저물 즈음, 나는 저녁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러 근처 카페로 향했다. 아파트의 정문 출입구를 지날 때였다. 반대편에서 낯익은 모습의 노파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검은색 비닐봉지를 든 백발의 노파. 오늘 아침, 지하 주차장에서 보았던 바로 그 노파였다. 노파는 짙은 보라색 바람막이 재킷을 입고 있었다. 매일 지하 주차장을 드나든다는 노파에게서 어쩌면 주차장 사건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나는 걸음을 늦추어 노파가 이쪽으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가까이에서 보니 노파는 더 작고 왜소했다. 등이 굽은 탓도 있겠지만 150cm쯤 되는 키에 목이 유독 가늘고 길어 마른 나뭇가지 같았다. 은색의 머리칼은 숱이 적어 두피에 듬성듬성 붙여놓은 듯이 부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노파는 어제의 그 느릿한 걸음으로 아파트 화단 쪽에 바짝 붙어 걸어오고 있었다. 온몸에 힘을 다 뺀 듯한 걸음걸이가 기괴했다. 어느 순간 노파와 눈이 마주쳤는데, 노파와 나 사이의 거리가 채 1m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도 모르게 노파에게 인사를 하고 말았다.
“아, 안녕하세요.”
노파는 나와 팔 하나 간격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은빛 머리칼은 내려앉는 노을빛을 흡수해 오렌지색에 가깝게 반짝였다. 각진 턱과 얼굴에 비해 큰 귀. 움푹하게 팬 눈두덩이는 피부가 너무 얇아 핏줄이 비쳤는데, 핏줄보다 더 도드라진 것은 노파 얼굴 전체에 가득한 점이었다.
“…… 나를 알아이?”
미세하게 갈라지는 목소리. 말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오랜만에 말을 해서 바싹 말라버린 듯한 목소리였다.
“아, 아닙니다. 들어가세요.”
노파는 잠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가 손에 쥐고 있던 비닐봉지를 주머니에 구겨 넣더니 예의 그 힘을 다 뺀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그날 밤, 바람이 많이 부는 꿈을 꿨다. 나는 나아가기 위해 전력을 다해 온몸을 앞으로 기울였지만, 나를 때리는 역풍이 너무 심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방 같기도 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걸로 봐서는 광활한 황무지의 한 가운데인 것 같기도 했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내가 무엇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강풍 앞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나.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나. 그게 꿈의 전부였다. 그 꿈을 꾸다가 깼고, 다시 잠이 들면 또 바람에 밀려 나아가지 못하는 내가 꿈속에서 보였다. 꿈에서 깼을 때, 나는 한참 동안 침대 위에서 천장을 보고 누워 눈만 끔뻑거렸다. 격렬한 달리기를 한 다음 날의 근육통처럼 온몸이 아팠다. 건설사에서 전화가 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아, 여기 태승 건설인데요. 대영동 신림아파트 107동 503호 맞으시지요? 지하 주차장 사고 건으로 연락드립니다. 관리사무소 쪽에서 저희 쪽으로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남자는 가래가 잔뜩 낀 목소리로 단어 하나하나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마치 준비된 대본을 읽는 사람 같았다.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았다. 등을 기댈 쿠션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남자는 말머리를 길게 끌더니 헛기침을 두 번쯤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아, 예. 뭐 아시겠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해당 건은 저희 쪽 책임이 아니라서요.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저희 쪽에서는 그 부분 최초 발견 이후로 그 구역 보수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입주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차 금지 조치를 관리사무소 쪽에 요청해 둔 상태였습니다. 금지 콘 설치도 저희가 미리 해 놨었던 거고요. 근데, 관리사무소 측에서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부분이라, 보상은 저희 쪽에 요구하실 게 아니고 관리사무소 쪽으로 청구하시는 게 맞다는 말씀 전해드리려고 연락드립니다.”
가래 낀 남자는 다시 한번 ‘관리사무소 쪽으로 청구하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걸쭉하게 목 긁는 소리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미쳤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침대 이불 위로 내던졌다.
<박한희. 전화 좀. 나 정말 짜증남.>
카톡 메시지를 보내고 두 시간이 지나서야 한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왜, 복잡할 게 있어? 보험사 통해서 해결하면 되는 거 아냐?”
핸드폰 너머로 ‘아기상어’ 노래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내가 사는 이 집은 원래 한희의 신혼집이었다. 한희는 신혼집 전세로 이곳에 살다가 1년 전에 다른 동네로 집을 옮겼는데, 이사를 나가면서 이 집을 나에게 추천해 준 거였다. 때마침 나도 10년 가까운 원룸 생활을 끝내고 그간 모은 돈으로 작은 평수지만 아파트 하나를 장만하고 싶던 차였다. 대출을 최대로 당겨 내 명의로 이 집을 샀다.
“일이 복잡해. 오빠는? 주말인데 독박이야?”
“어제 야간근무라 오자마자 자고 있어. 야, 말도 마. 어젯밤에 우리 아들, 한 시간마다 깨서 우는 거야. 이유를 모르겠는 거야.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는데. 나 혼자 새벽까지 칭얼대는 애를 붙잡고 날 밝으면 남편한테 병원에 바로 데려가자 하고 있었는데, 남편 오고 나니까 그렇게 난리를 치던 애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잠들더라?”
“다행이네. 너로선 좀 억울하긴 하겠지만.”
“밤새도록 얼마나 용을 썼는지 배가 너무 고파서 혼자 해 뜨는 거 보면서 겨우 밥 한술 하려고 머리를 묶는데. 야, 머리카락이 진짜 한 움큼이 빠지더라. 물에 만 밥을 퍼먹으면서 나 진짜 엉엉 울었다.”
이토록 사는 게 바쁜 친구를 붙잡아두고 골치 아픈 이야길 하려니 나는 괜히 마음이 급해져서 얼른 본론부터 꺼냈다.
“근데, 이 난장판에 이상하게 신경 쓰이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 여기 사는 어떤 할머니 한 분이신데…”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한희는 그 할머니가 누군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쓰레기 줍는 할머니 맞지? 나 거기 살 때, 그 할머니 가끔 본 적 있는데, 사람들 말로는 자식도 없다고 하더라고. 궂은일 하시면서 돈을 엄청 모았다는 말도 있고, 퇴직한 교장이란 말도 있고. 누구는 퇴직이 아니라 거의 쫓겨나다시피 한 거란 얘기도 있었어. 지금은 혼자 사실 거야.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재작년 겨울쯤인가,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할아버지 계실 땐 두 분이 같이 아파트 돌면서 산책하시곤 했는데, 혼자 되신 후로는 그렇게 지하에서 쓰레기를 주우신다더라고. 연세도 많으셔. 여든은 넘으셨을걸? 아, 진예윤. 미안. 우리 아들 또 울고불고 난리 났다. 끊어야겠다. 나중에 얘기해.”
한희와 통화를 끝낸 뒤로도 한참 동안 나는 금지 콘을 치운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관리사무소와 건설사에서는 서로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지만, 결국은 금지 콘을 치운 쪽이 최종 책임을 지게 될 것이었다. 거실 발코니 창을 활짝 열어젖혔다.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중앙 화단 쪽에 다리가 짧은 흑갈색의 개 한 마리가 주인과 걸음을 맞추어 뒤뚱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 뒤로는 파란 킥보드를 탄 다섯 살 남짓 된 남자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내리막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때, 킥보드와 다리 짧은 개 사이로 노파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주차장. 금지 콘. 쓰레기…. 나는 노파와 이야기를 해 보기 위해 잠옷 위에 셔츠 하나만 걸치고 급히 노파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2편에서 계속)
© 일러스트: Unsplash의Esma melike Se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