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팝니다 2

삶이란 확실한 것들을 하나씩 쥐어나가는 일이기에

by 이나무






그렇게 지난봄, 회사를 그만둔 후, 지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늦잠을 자고, 아침부터 라면을 끓여 먹고, 집 앞 카페에 갔다. 냉장고의 달걀 칸이 비지 않도록 채워 넣었고, 매주 수요일 분리수거도 잊지 않았다. 어떤 날은 뭘 하는지 모르게 아주 바빠 보였지만, 어떤 날은 텔레비전 채널을 하염없이 돌리거나, 핸드폰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즈음, 지우는 밤마다 베란다로 나가 방충망까지 열고 고개를 빠짝 젖혀 밤하늘을 쳐다보고 들어오곤 했다.

“모기 들어온다. 문 닫아.”

그러면 지우는 아예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담배 피우러 나간 남편은 지우가 아파트 후문 쪽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하늘만 멍하니 보고 있다며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잠깐이겠거니 했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고 들어오는 것은 지우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자 지우는 베란다나 아파트 밖 대신 거실을 택했고, 밤 늦도록 몇 시간씩 텔레비전을 보는 날이 많아졌다. 이번에도 보일러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새벽에 한두 번은 반드시 일어나는 남편의 말이었다. 깜깜한 밤에, 불 하나 켜지 않은 깜깜한 거실에서, 지우는 깜깜한 밤하늘이 나오는 깜깜한 화면을 보고 있다고 했다. 지우가 몽골에 빠져있다는 걸 안 것도 그즈음이었다. 밤마다 텔레비전으로 보던 깜깜한 밤하늘이 바로 몽골의 밤하늘이었다는 걸. 지우가 별을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 남편은 딸을 데리고 황매산이니, 안반데기니, 하는 전국 별구경 명소를 찾아갔지만, 지우는 별 감흥이 없는 눈치였다. 지우는 말했다. 몽골. 몽골이라고. 얼마 후, 지우는 결국 몽골로 떠났다. 약 한 달간의 여행이었다.

“몽골에선 아직도 게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어. 바람 따라 이리저리 떠도는 거지. 그 사람들에겐 그게 순리대로 사는 방식이야.”

지우는 몽골에서 돌아온 후로도 쭉 텔레비전에서 유튜브 앱을 켜고, 매일 밤, 아니 어떤 날은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몽골을 보았다. 왜 하필 몽골인지, 그런 것들은 궁금하지 않았다. 돌연 회사를 관두고 백수가 된, 축축하고 눅눅하게 잠겨버린 딸을 보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삶이란 확실한 것들을 하나씩 쥐어나가는 일이기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흘러내리지 않도록 손가락 끝까지 단단하게 힘을 주어야 했다.




식탁 위에는 지우가 먹다 남긴 라면이 다 식어 불어있었다. 점심으로 먹은 건지 저녁으로 먹은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지우는 오늘도 온종일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텔레비전 채널만 돌리고 있었고, 그런 딸아이의 모습을 보니 나는 불쑥 울화통이 치밀었다.

“일어나서 밥 먹은 식탁 정리나 좀 해.”

“응.”

“할 일은 찾아보고 있는 거야? 1년이 다 돼 간다, 이것아. 나이도 있는데.”

“붕어빵 팔 거야.”

순간 나는 지우의 말을 잘못 들었나 싶어 수도꼭지를 잠그고 되물었다.

“뭐라고? 붕어빵 뭐?”

“판다고. 붕어빵.”

빈틈이 없는 단단한 목소리였다. 나는 멍하니 지우 쪽을 바라봤다.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 설거지를 하고 있던 터라 고무장갑에 묻어있던 물이 발등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너, 지금 답답해서 그냥 하는 소리지?”

목구멍에서 쏟아진 내 목소리가 텔레비전의 소음 속으로 흩어졌다. 지우는 그런 나를 보고 싱긋 웃더니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진짜야. 은근 돈 된다던데?”

딸은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손톱은 왜 그렇게 계속 만져대는 건지. 취직이든 이직이든 어려운 시기라는 걸 알기에 그저 지우의 입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붕어빵 장사를 하겠다고? 그동안 믿고 기다렸던 시간을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마저 들어서 나는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1년을 고민한 게 지금 그거야? 그럴 거면 그냥 시집이나 가. 너 곧 마흔이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내 말이 끝나자마자 지우는 소파 위에서 엉덩이가 미끄러질 듯 다리를 대자로 뻗어 반쯤 누워버렸다.

“곧 마흔 아니고 서른 후반.”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주걱을 식탁 위로 내려치며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충전한 결과가 붕어빵이야? 얘가 정말 왜 이래!”

지우는 그런 나를 조금 불편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붕어빵 소리, 한 번만 더 해 봐.”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만 적막해진 집 안에 울렸다.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 주먹을 쥔 채로 애꿎은 허벅지를 벅벅 쳐댔다. 그냥 던진 말은 아닐 것이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지우 앞으로 적금 계좌에 10만 원쯤 넣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뒤, 지우는 롱패딩을 껴입고 방을 나오더니,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신발장 앞에서 맨발로 삼선 슬리퍼를 대충 신으며 말했다.

“내일 붕어빵 수레 받으러 가.”

이내 도어락이 열리는 신호음이 들렸고, 지우는 현관문을 밀며 나가버렸다. 딸아이의 뒷모습은 마치 검은 비닐봉지로 감싼 거대한 조형물 같았다. 문틈으로 들어온 차가운 냉기가 무릎 사이를 파고들었다. 불어 터진 라면 냄새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곧장 핸드폰으로 은행 뱅킹 앱을 열었다. 적금 계좌 납입액에 10만 원을 찍었다가, 숫자 1을 2로 고쳤다.





붕어빵은 지우가 어릴 때부터 좋아한 간식이었다. 특히 큰오빠네 아파트 근처 목욕탕 건물 바로 앞에서 팔던 붕어빵을 좋아했다.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장사를 하던 곳이었다. 지우 말로는 그곳의 붕어빵은 짭조름한 반죽 간 덕에 특히 꼬리 쪽이 맛있다고 했다.

“우리 지우는 꼬리가 더 좋구나? 그럼 삼촌 붕어 꼬리도 지우가 먹으면 되겠다.”

“그럼 삼촌은요? 꼬리 안 먹어도 돼요?”

“응. 삼촌은 내일도 사 먹을 수 있으니까.”

큰오빠는 지우를 유독 예뻐했다. 큰오빠네, 작은언니네 모두 아들만 둘이었던 탓일까. 조카 중에 딸이라곤 지우뿐이라 매년 생일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운동회나 학예회 때에도 오빠와 올케언니는 학교 일 때문에 날을 뺄 수 없었던 나를 대신하여 아이를 챙기곤 했다.

큰오빠는 우리 집의 자랑이었다. 웅상의 작은 마을에서 오빠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가난한 쌀집 주인이었던 아빠가 시장에서 가장 큰 금은방 주인 고 씨 아저씨에게 큰소리칠 수 있었던 것도 오빠 덕분이었다. 총명했던 소년은 시골 작은 마을에서 인근 대도시의 명문 고등학교에 합격한 유일무이한 사람이었다. 전국 문예 대회에서 장원으로 뽑힐 만큼 필력도 좋았고, 그 덕에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부모님 돈 걱정 한 번 안 시키고 법대에 진학했다. 오빠가 합격한 날, 아빠는 웅상 시장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무지개 합격 떡을 돌렸다. 대학 졸업 후, 오빠는 사법고시까지 통과하여 대형 로펌에 취직했고, 개인 사무실을 차리는 동기들과는 달리 로펌 소속으로 20년을 넘게 근무하며 임원직까지 올랐다. 그런 오빠가 언제부터인지 기억을 깜빡깜빡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지우한테 붕어빵 먹으러 오라 해.”

오빠는 종종 동생네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돌리곤 했는데, 그날은 유독 기운 없는 무채색 목소리였다. 오빠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나는 핸드폰의 스피커 버튼을 서너 번 더 눌러 음량을 높여야 했다.

“오빠, 지우 취직하고 많이 바쁘다고 했잖아. 어제 지우하고 통화까지 했으면서.”

“… 지우가 전화를 했어? 나한테? 내가 했나?”

그 똑똑했던 오빠가 치매 진단을 받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3편에서 계속)









© 일러스트: UnsplashAnnie Spratt

이전 04화붕어빵 팝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