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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31. 2018

겨울

여긴, 햇볕도 한 줌 들지 않고 너무 추워서

코끝과 손끝이 시리고

발끝이 저릿해

밖에 나가 햇살 아래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서 있노라면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건조해서 속까지 쓰린 공기는 목을 타고 내려와 계속 목이 타고, 손톱 주변 거스름은 로션을 아무리 발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1년 내내 차던 금속 시계도 이젠 너무 차갑게 느껴져서 서랍 속 나토 밴드를 꺼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몇 해 전 겨울, 동네 술집에서 언니와 소주에 곱창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나가서 몰래 담배를 피우던 날 본 언니는 여자애가 무슨 말보로 레드를 피우냐며 "추운 날 밖에서 떨면서 굳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이 나지만.

날이 차가울 때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 연기와 입김이 섞여서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입김인지 불분명해져서 호흡을 얼마간 내뱉어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찬 공기에 맨솔 연기가 섞여,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건 여름의 것과는 또 다르다. 이렇게 합리화를 하며 그 겨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지 않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여름 내내 먹던 얼음물도 이젠 식도가 차가운 게 싫어서 뜨거운 물을 한 컵 섞어야 적당하다.

온종일 하고 싶은 것이라고는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 눈을 감고 물속으로 녹아드는 것

그리고 드라이어에서 갓 꺼낸 더운 이불 속으로 들어가 후덥지근한 온기가 채 빠지기 전에 잠이 드는 것

그러다 찬 새벽 공기에 잠이 깨기라도 하면, 서리가 낀 창문 너머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까만 하늘을 보며 아침이 오지 않은 것에 안심하곤 다시 슬그머니 눈을 감는 것



겨울엔 좋은 것도, 그리운 것도 참 많구나

이번 겨울은 더 길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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