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 Jan 03. 2019

새해

Photo by  Adel Gordon on Unsplash



매년 이맘때가 되면 왠지 서운해지며, 들뜨기도 하고 뭔가 거창한 다짐과 약속들을 해야 할 것만 같다.

1월 1일부터는 올해는 꼭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사람들로 헬스장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문구점과 서점에선 플래너와 다이어리가 우후죽순 팔려 나간다. 나 또한 그 대열에 합류했던 적이 수도 없이 있었지만 헬스장은 1월이 지나고부터는 가지 않았고, 서랍 속은 절반만 쓰인 채 새것 같이 깨끗한 다이어리와 플래너들로 넘쳐난다.


부풀어진 기대와, 새해니까 뭔가를 해야겠다는 무언의 압박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올해는 작심삼일로 끝나 버릴 현실성 없는 계획 대신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고, 19년의 계획을 작은 투 두 리스트로 만들기로 했다.


2018년은 별 탈 없이 행복했다. 그토록 바라던 취업을 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없으니 몸도 좋아졌고,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니 시간도 눈코 뜰 새 없이 흘러갔다. 직장에선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이젠 웬만한 요리는 레시피 없이도 금방 만들어 낼 수 있는 4년 차 프로 자취러가 되었다. 아직도 정착은 하지 못했고 언제든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이 막연하게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한 해 동안 많진 않지만 주변 사람들을 많이 챙기려고 노력했고 그에 못지않게 내 몸 또한 잊지 않고 신경 썼다. 집, 친구들 사이, 그리고 회사에서마저 막내라서 인지 아직 나이 듦이 느껴지진 않지만 나날이 늘어나는 책임감으로 인해 다만 지나온 시간을 체감할 뿐이다.


작년의 바람과 다름없이 2019년 또한 다른 무엇보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돈을 많이 벌거나 운수가 대통하길 기원할 수도 있겠지만 건강한 정신이 내겐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주변의 바람에 흔들림이 없이 항상 그 자리에 서있을 수 있는 그런 마음. 또, 옷보다는 책을 더 많이 사서 읽을 것이다.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 대지 않도록 운동도 잊지 않고 하고 내 생각들을 빠짐없이 글로 기록하고 싶다. 내가 남들에게 충분한가를 고민하기보다 그들이 나에게 있어 만족스러운지를 먼저 생각하고 싶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사치품보다는 경험과 지식을 모으고 그 무엇보다 나를 항상 제일 우위에 둘 것.


다소 추상적인 듯 보이지만 덕분에 실천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도 조금 줄어든다. 또 다가올 1년을 맞이하면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로 어깨를 무겁게 하기보다 내게 가장 필요한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자 이제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보자.

물론 올해도 난 불편하고 예민할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겨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