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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Feb 21. 2020

스타일난다/3CE의 로레알 6천억 매각에 숨겨진 이야기

성공과 메타인지 능력

며칠 전에 더닝-크루거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능력을 인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메타인지 능력의 향상이 스스로와 경쟁자의 수준을 추정해내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드렸었죠.



메타인지 능력은 성공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제 책 [멀티팩터]에서는 성공에 있어 스스로의 강점과 경쟁자원의 우위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메타인지 능력이 필요합니다.


책에서 다룬 기업 중의 하나인 스타일난다를 예로 들어보죠.


스타일난다의 성공은 [멀티팩터]에서 쓴대로 김소희 대표의 재능과 시대적상황, 그리고 운의 결합이기도 하지만 김소희 대표가 자신의 능력과 시장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할줄 아는 메타인지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김소희 대표는 코스메틱 사업이 자리를 잡은 2016년에 독자적인 개인브랜드를 하나 런칭합니다. '스피크언더보이스'라는 브랜드가 그것이죠.


사업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은 2016년에 갑작스레 이 브랜드를 런칭한 것은 스타일난다가 김소희 대표만의 회사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하는 회사이기에 자신의 취향을 녹여내는데도 한계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의 느낌을 살리고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다시 하고자 만든 브랜드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초심으로 돌아간 시도'입니다.


결과를 이야기하자면 '스피크언더보이스'는 잘 안됐습니다.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재능을 다시금 녹여서 적용해보려 했는데 잘 안된거죠.


그리고 그 다음 해인 2017년부터 스타일난다의 매각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이때 희망한 매각금액은 약 9천억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인수 대상자도 나타났지만 중국 법인쪽에서 나온 부채 문제 때문에 인수가 불발되었죠.


이 매각이 불발되자 주관사였던 JP모건의 담당 직원을 데려와서 다시 한번 매각을 추진합니다. 그 결과가 우리가 아는 로레알에 6천억원에 매각한 신화죠.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사업을 매각하고 큰 돈을 번 사람이 더 이상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업에서 재미를 붙인 사람은 또 다시 사업을 하기 마련이죠. 게다가 로레알에 매각한 당시 김소희 대표는 나이도 30대 중반으로 젊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했습니다.심지어 매각 시도 전에는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런칭할 정도로 사업에 의욕적이었던 사람이 말입니다. 지금은 사업과는 먼 삶을 살고 있죠.


이에 대해서는 김소희 대표가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으니 추정이 필요합니다.


2016년에 스피크언더보이스를 운영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직접 체감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자신의 재능이 더 이상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평가를 받지 못하단 것을 느끼게 된 것일 수도요.


그렇기에 스피크언더보이스를 내려놓은 이후 자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스타일난다의 매각을 추진한 것이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매각 협상이 실패한 후에 신속하게 재매각을 추진한 것도 그러한 맥락으로 추정할 수 있고요.


만약 김소희 대표가 매각을 하지 않고 기업을 계속 이끌어 나갔다면 지금의 위상은 과거보다는 못했을 것이란 걸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 더 많은 부침들을 겪어야 했겠죠.


김소희 대표는 자신의 능력과 시장상황, 경쟁자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가장 높은 시장평가를 받고 있을 때 미련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것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인지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능력입니다. 메타인지 능력이 기반이 된 것이죠.


[멀티팩터]에서 다룬 기업의 성공사례들은 다른 성공 컨텐츠와 달리 소개한 기업들을 그다지 호의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당 기업이 불편할만한 내용들도 그대로 담았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예외라고 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스타일난다'입니다. 스타일난다를 다른 기업들보다 호의적으로 다룬 이유는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가 남긴 인터뷰에서 운과 시대적 상황의 역할을 본인 스스로 명확하게 밝혀 두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자신의 사업을 마무리지을 때 조차 객관적인 분석으로 냉정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본인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시대적 상황과 운의 역할을 인지하여 판단하고 행동했습니다. 대단한 통찰이자 메타인지 능력이죠. 이러니 소개한 다른 기업들보다 호의적으로 분석하게 되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러한 통찰과 메타인지 능력이 없었다면 김소희 대표는 사업 추진과정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무리수를 많이 두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 사업을 매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고요.


성공에서 노력과 재능은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성공은 단지 그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재능도 시대에 따라 통하는 시기가 있고 아닌 시기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공에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하는 한편 스스로가 가진 경쟁자원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시각으로 시장과 경쟁자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경쟁자의 수준을 잘 모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냉철하게 자기 자신과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멀티팩터]를 통해 제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세지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제 책 [멀티팩터]는 이처럼 성공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분석을 담은 책입니다. 아직 안읽어보셨다면 재미있게 읽어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좋은 컨텐츠가 많이 소비되려면 널리 알려지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재미있게 읽었고 내용이 좋았다면 널리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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