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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Dec 31. 2020

에코마케팅과 안다르의 구주 교환, 그 의미와 리스크

에코마케팅은 상품이 필요하고 안다르는 정리가 필요하다


알려져 있다시피 안다르는 2030여성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요가복과 레깅스를 내세워 애슬레저로 2015년부터 크게 성장을 기록해온 기업이다. Y존을 없앤 요가복을 출시해서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덕분에 투자도 받아 2019년에는 신세경 등의 연예인 마케팅을 주도하기도 했다.

올해도 관련 안다르의 성장에 관한 기사는 많았지만 내부 사정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특히 더 그런데 매출과 성장과 브랜드에 관한 기사보다 사회면에 더 자주 브랜드가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실적도 사실 좋다고는 못한다. 작년에 7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영업손실이 122억원이었다.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투입해서 발생한 손실임을 감안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을 지경이다. 물론 올해 상반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있긴 하므로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기업을 좀 더 살펴보자면 안다르에서 올해 기사화된 회사내 성추행/성폭력 이슈만 해도 2건이다. 이 이슈는 일반 기업에서도 매우 심각한 일이지만 2030 여성 고객이 주요 타겟인, 여성 대표가 이끄는 기업에서 이런 뉴스가 연이어 터지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이 정도면 회사 내의 인사관리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엉망진창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데 안다르는 이제 겨우 6년차, 직원수 140여명에 불과한 기업이다. 이 정도 수준에서도 관리가 안되며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이다.

요가복과 레깅스라는 애슬레저 상품을 보자면 잘 알려져 있다시피 2030 여성이 주요 고객이다. 2030여성이 운동할 때를 넘어서 일상에서도 패션의 일환으로 편하게 입고다니기에 레깅스 시장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층이 2030여성으로만 제한된다는 것은 시장의 사이즈가 가진 한계가 명확하단 의미도 된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40대 이상 여성층과 남성층에게로 확장을 해야 한다. 남성층에게로의 확장은 실제로 경쟁사인 젝시믹스가 힘을 쏟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여기에 해외 시장은 별도다.


https://brunch.co.kr/@breitner/41


기사에 따르면 올해 안다르는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젝시믹스의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공시를 보면 젝시믹스가 안다르를 추월할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공시때 누적 매출이 877억원이었기 때문이다.

https://paxnetnews.com/articles/69188?fbclid=IwAR3JXwyg8lkEB5gRocUztOx6iqm3rWD20LMCof0FN6c29wqegtx1ROYMbQE


에코마케팅과 안다르가 전략적 협력을 구축했다는 기사가 뜬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에코마케팅은 이미 클럭과 오로라를 성공시켰지만 재구매가 활발히 일어나는 제대로 된 상품을 팔아본 적은 아직 없다. 그래서 제대로 된 상품만 있다면 에코마케팅의 힘으로 더 큰 성장을 이끌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면 안다르는 경영 안정화가 필요하다.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고 본업에 집중하여 경영 안정화를 이루도록 해야한다. 지금으론 기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번 거래에서 평가된 안다르의 기업가치는 약 200억원이다. 직전 호전실업으로부터 신주 투자를 유치했을 때 기업가치 930억원보다 낮아진 수치다. 신주 발행이 아닌 개인 간 구주 거래만으로 이뤄지면서 양측의 이해에 따라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서도 나와있듯이 구주 교환에서 안다르의 기업가치를 200억 정도로 계산했는데 아무리 대표간 구주 교환이라지만 작년까지 1000억으로 평가받고 바로 직전에도 930억원으로 평가받는 기업을 200억원으로 깎은 것은 안다르의 현 상황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애초에 안다르가 혼자서도 잘 나갔다면 에코마케팅과 손잡을 이유도 적었을테니 말이다.

이 딜의 승자는 아무래도 신애련 대표 같단 생각이 든다. 실적에 대한 의문, 계속 터지는 내부관리 실패로 인한 위기, 또한 그 위기대응으로 볼 때 신애련 대표는 좋은 경영자와는 거리가 먼 대표로 보인다. 안다르와는 반대로 잡음없이 안정적인 성장과 이익을 내고 있는 젝시믹스의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에코마케팅 덕분에 일부 엑싯에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받은게 상장주인 에코마케팅의 주식이라면 말이다.

아무튼 재미있는 딜이다.

그간의 행보를 보면 에코마케팅은 바이아웃PEF를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만약 이번에 안다르를 성공시킨다면 정말로 바이아웃PEF스러워진다. 가격 절감 등 저평가 요인의 해소로 매수기업의 가치를 상승시켜 되파는 것이 바이아웃 PEF의 주요 사업임을 생각하면 판매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비슷하긴 한 것이다. 안다르가 에코마케팅이 판매해온 상품과 브랜드 중 가장 좋은 것이란 것을 생각해보자.

그렇기에 김철웅 대표가 지분을 가지고 에코가 안다르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 안다르의 리스크라 할 수 있는 내부통제와 관리를 바꿀수 있을지 궁금하다. 적어도 이번 딜을 보면 매우 수완 좋은 대표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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