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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Dec 31. 2020

의사결정 평가의 난제 : 최선의 선택이란?

진주만 공급 당시 당직사관은 왜 처벌받지 않았을까

1941 12 7 일요일 아침, 하와이 오하우 섬의 미군기지 포트 샤프터의 레이더 센터에서 당직사관을 맡고 있던 커밋 타일러 중위는 레이더병으로부터  통의 전화를 받는다. 미확인 비행체가 접근 중이라는 보고였다. 접근 중인 비행체를 미군의 B-17 폭격기가 귀환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타일러 중위는 레이더병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Don't worry about it"

그러나 걱정 말라는  말과 다르게 이윽고 진주만은 제로센들의 폭격으로 아비규환이 되고 만다. 2 세계대전에서 미군 참전의 계기가  진주만 공습이 바로  사건이었다.


당시의 당직사관이었던 커밋 아서 타일러


당연히 제로센의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당시의 당직사관 타일러 중위는 군법에 회부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의회 조사단의 조사결과 '판단에 이상 없음'이란 결과가 나와 풀려났고 정상적으로 복무를 이어나갔다.

어떻게 보면 이해가 안되는 판단일  있다. 진주만 공습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는데  당시 공습기를 아군기로 착각해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도 판단에 이상이 없다니! 하지만 이건 우리가 진주만 공습이라는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단이 주목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당시에 커밋 타일러 중위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가 였다. 타일러 중위는 당시 발령 받은지 며칠 되지 않은 상태였고 포트 샤프터에 설치된 신형 레이더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또한 타일러 중위는 그날 B-17 귀환한다는 스케쥴을 알고 있는 상태였으며 전날 출근할때 B-17 귀환 시그널을 확인한 상태였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레이더병으로부터 '50여대 이상' 미확인 비행체가 접근 중이라는 숫자를 전달받지 못했다.

과연 당신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공습경보를 날릴  있을 것인가? 만일 그렇다고 답을 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진주만 공습이라는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답을 하는  뿐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공습경보를 울리지 않는게 당연하며 아군기로 착각하는 것이 주어진 정보하에서는 타당한 선택이었다. 미의회 조사단이 주목한 것이 바로  부분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선택 후에 결과를 보고 나서 후회를 한다. 이때는 이랬어야  저때는 저랬어야 하는데 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과를 보고 나면 누구나 그랬어야 한다 말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선택을 내리는 시점에선  결과를 알지 못한다. 이게 그저 아쉬움에서 하는 소리라면 상관없지만 평가로 이어지는 경우는 문제가 된다. 의사결정에 대한 평가는 사후적이다. 그런데 바로  평가의 사후성 때문에 평가는 결과에 따라 좌우된다. 가끔 직장에서 못난 상사들이 뭔가 문제가 터지고 나서 당시의 결정 자체를 문제삼는 것도  그런 탓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 내린 선택이 과연 최선인가?' 이다. 이를 따져보기 위해선 당시 상황과 주어진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타일러 중위의 사례처럼 최선의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결과는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결과를 알지 못하기에 우리가 좌우할  있는 최선의 선택을 비난해선 안된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미래를 알지 못한다.  와중에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책임을 뒤집어 씌울 희생양을 찾는데 초점을 둘게 아니라어떻게 해야 최선의 선택을 내릴  있는지에 초점을 둬야한다.

올해의 마지막 기고는 이런 주제를 담아 썼다.

12월의 마지막은 그해를 돌아보며 어땠는지 평가하기에 좋은 때다. 올해는 특히 정부, 기업, 근로자, 소상공인과 개인   없이 어려운 선택을 많이 내렸던 시기기에 평가는 더욱 중요하다.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  좋은 선택이었을까?

우리는 어떤 선택에 대해 사후 평가를    선택의 결과를 보고 선택이 옳았는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를 얻기 위해 선택을 하는 것인 만큼 평가에서 결과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결과만을 놓고 결정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매우 나쁜 평가 방법이다.

결과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라면 '이때는 이랬어야 한다. 근데  당시에는  그러지 않았는가?'라는 말을 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러한 말은 결과를 분명히 알고 있으니 나오는 사후확증편향이다.

의사결정을 내리던 당시엔 정보가 제한적이었고 결정적으로  결과를   없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무시한 결과다.

이건 비유하자면 주식 차트를 열어두고 ' 시점에 샀다가 이때 팔았으면 큰돈을 벌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나?라고 하는 것과 같다. 과거의 주식 차트를 보면 주가 움직임이 분명히 보이지만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던  시기엔 미래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기에 하나 마나  소리에 불과하다.

의사결정에 대한 평가는 매우 어렵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진주만 공습 직전, 일본 항공기 접근 신호를 미군의 B-17 판단하고 "걱정하지 (Don't worry)"라고 말했던 당시 당직 사관 커밋 타일러 중위는 전후(戰後)  판단과 결정으로 인해 엄청난 비난과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진주만 공습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놓고 보자면 분명 타일러 중위는 근무태만에 의한 미군 최악의 비극을 일으킨 장본인이기에 처벌을 받아야 하며 판단은 나쁜 선택이자 잘못된 선택이라   있다. 하지만  의회와 군사조사단은  판단과 결정을 타당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조사단이 주목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당시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가?'였다. 타일러 중위는 당시 발령받은  겨우 이틀째 되던 날이었고 레이더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으며 공습일에 B-17 폭격기가 귀환할 예정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B-17 본토에서 진주만으로 복귀할 때의 시그널을 출근 당시에 확인한 상태였다. 여기에 그는 레이더에 포착된 미확인 항공기 수가 50 이상이란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와 같은 제한된 정보를 가진 상황이라면  누구도 섣불리 이를 일본군의 공습이라 판단하고 공습 경보를 울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조사단이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지은 것도 바로 이러한 근거 때문이었다.

만약 결과만을 토대로 타일러 중위를 징계하고 처벌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하나의 수상쩍은 움직임이라도 책임을 면하기 위해 무조건 공습 경보를 울리게  텐데,  경우 평시에 아군 비행기를 오인 사격하거나 격추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건 이거대로  결과에 따라 오판을 내렸다고 징계를 내릴 것이고 결국  명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문제 해결이나 발전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단과 의사결정에 대해 사후에 평가하는 것은  판단을 검토해보고 이후에  좋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릴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결과만을 두고 내리는 평가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책임질 희생양을 찾는 것에 그치고 만다.

판단하고 결정내릴 때는 결과를 모르기에 결과를 보고 '이랬어야 했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논의는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 당시에 주어진 정보와 상황으로   과연  선택이 최선이었는가?'이다. 정치권과 부처기관, 그리고 기업들이  부분에   주목하길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최선의 선택이지 책임의 희생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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