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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Apr 15. 2021

마케팅을 가장한 교란행위는 용납될 수 있는가?

정육각의 불신자극 마케팅은 선을 넘은 행위다


정육각의 인스타 광고로 뜬 짤이다. 가짜 정보란게 바로 이런거다. 정육각은 선을 넘어도 많이 넘었다.


참 교묘하다. 기름이 깨끗하니 초신선 삼겹살이 건강할 것 같이 묘사하면서도 다른 삼겹살이 나쁘단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다. 그럴 것처럼 보이게 한거다. 왜냐? 실질적으로 증거는 없거든. (애초에 고기의 품종과 부위가 다르지 않다면 기름의 색 차이는 거의 없다. 그리고 기름의 색이 진하다 해서 몸에 나쁜 것도 아니다.)


정육각이 처음 등장했을때의 수많은 기사들을 기억한다. 대표의 카이스트 학벌이 언급되면서 정육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자기네가 기술로 해결했다는 식이다.


기존 정육업계는 유통과정의 문제로 오래된 고기를 파는데 자기네들은 그걸 해결한 '초신선육'을 판다는게 그 내용이다.


그러면서 홈페이지에 '축산물품질평가원'을 언급하며 '돼지고기의 골든 타임은 3-5일'이라고 당당히 올려두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은 그런 얘길 한 적 없다.


오히려 국립축산과학원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돼지고기를 도축후 진공포장하고 냉장저장하여 3, 7, 14일 동안의 변화를 지켜봤는데 7일간은 유의한 변화가 없지만 14일의 경우 더 부드러운 고기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바로 숙성의 힘이다.


현재 돈육업계는 냉동과 진공포장을 통한 냉장 유통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방식은 단순히 고기의 보관기간을 늘리는게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숙성이 진행됨을 의미한다. 즉, 다르게 말하면 정육각은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비숙성육에 '초신선육'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4년 전에 이런 내용으로 논란이 되자 정육각측은 홈페이지에서 축산물품질평가원 언급을 슬쩍 내렸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골든타임이란 표현을 이어갔다.



이게 그때 당시의 해프닝이다. 좋은 고기를 팔고 싶다면 그만큼 좋은 고기를 팔면 된다. 하지만 정육각은 자기네들의 차별점을 드러내기 위해 멀쩡하게 존재하고 문제가 없는 기존 업계를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하여 자기들의 차별성을 주장했다.


정육각식의 주장대로라면 유럽과 미국 등에서 고기의 맛과 풍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하는 드라이에이징은 '오래되어 곰팡이가 핀 고기를 파는 행위'다. 숙성에 대한 많은 연구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정육각은 그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올린 정육각 광고는 그 정도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선을 넘어도 아주 많이 넘은 것이다.


기존의 정육 업계에서 나온 삼겹살은 저렇게 검은 기름이 나오는 고기고 정육각의 초신선육은 맑은 기름이 나오니까 좋은 고기인 것처럼 포장하는 광고다. 이 정도면 과장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육각측은 돼지고기 주문창에서 삼겹살의 도축일을 표시하곤 초신선 삼겹살은 다르다며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축산물 품질 평가원에 의하면 돼지고기가 가장 맛있는 시간은 도축 후 5일까지 입니다"


그리고 이 말의 출처를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재미있는 축산물 이야기]로 들고 있다.


내가 저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재미있는 축산물 이야기]에서 돼지 파트부분을 다 뒤져보았지만 돼지고기 파트에서 저러한 언급은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어떻게 인용할 수가 있는지 신기하다.


아래의 사진은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2014년에 발행한 [재미있는 축산물 이야기]의 돼지 파트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육각이 인용핬다고 주장하는 그 자료다.


오히려 '돼지 도축 후 숙성기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할 수가 있다.


"냉장 숙성인 경우 일반적으로 쇠고기는 약 7~14일, 돼지고기는 1~2일, 닭오리고기는 1일 정도입니다."


여기서 나온 일자는 도축 후가 기준이 아니라 사후강직이 기준이다. 사후강직을 기준으로 이 날짜는 지나야 먹을만한 정도의 숙성이 된단 얘기다.


돼지의 경우 도축 후 30분-3시간이 된 시점부터 사후강직이 시작되어 12시간이 된 시점에 강직이 완료된다. 즉, 돼지고기가 최소한의 먹을만한 수준이 되려면 도축을 기준으로 1일 12시간-2일 12시간 정도가 지나야 한단 얘기다.


정육각측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자신들의 고기는 도축 후 1-4일 밖에 되지 않은 고기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재미있는 축산물 이야기]에 따르면 도축후 2일 12시간은 지나야 먹을만한 품질의 돼지고기가 된다.


그러니까 정육각측에서 비교로 내세운 도축한지 3일 이상 된 마트의 고기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충분히 먹을만한 품질의 고기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건 상품을 받는 시점에 따라 아직 충분히 먹을만한 품질이 되지 않은 고기를 받을 수 있는 정육각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재미있는 축산물 이야기]의 17pg에 '육류 냉장온도(0 ~ -1.7도)에서 고기 맛좋은 기간이 유지되는 기간은 돼지는 4~5일, 쇠고기는 1-2주, 닭은 12-24시간이라고 합니다. 육류 구입은 한번 먹을 수 있는 적정량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표현의 의미는 '도축 후 4~5일 이내'가 아니라 진공포장 후 냉장 유통을 의미하고 조금씩 구매한 후에 빨리 먹으란 얘기다. 이걸 도축 후 4~5일 이내로 바꿔 의미를 오독하게 만드는 건 매우 문제가 큰 무리수다.


판매자-소비자간 정보비대칭을 이용해 멀쩡히 문제가 없는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존 업계를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하는 것일까? 나는 정육각이 상품에 있어 본질적으로 차별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명태를 알래스카 폴락이라 부른다 해서 명태가 아닌게 아니다. 제대로 숙성하지 않은 고기를 초신선육이라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행동 중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멀쩡한 기존 업계와 시장에 소비자들의 불신을 자극하여 자신들의 상품을 파는 행위'이다. 이런 식으로 파는 경우 소비자들의 불신이 소비자잉여의 감소로 이어지며 시장의 생산자 전체에게도 나쁜 영향이 끼치기 때문이다.


정육각은 중소기업벤처부가 선정한 아기유니콘 기업이다. 대표는 최근에 유퀴즈에도 나온 것으로 안다. 이러한 기업이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의 식품불안을 조성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한다는 걸 부끄러워 해야한다.


정육각측이 이 글을 본다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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