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당신의 한 잔

5년의 기다림,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한 모금

by BREWOLOGY

지금, 당신의 손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들려 있습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 작은 잔.
어쩌면 우리는 이 한 잔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압니다.

이 작은 잔 안에는, 지구 반대편 붉은 흙에서 시작된 5년의 시간과, 여러 명의 서로 다른 삶이 녹아 있다는 것을. 그들은 당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이름도, 당신의 얼굴도, 당신이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젠가 당신이 이 잔을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시는 그 순간을 꿈꾸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오늘, 이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커피가 아니라, 바로 '당신'입니다.


첫 번째 모금: 기억하시나요?


천천히 잔을 들어 올려 보십시오.
그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한 모금을 입에 머금어 보십시오.

당신이 느끼는 것은 더 이상 단순한 맛과 향이 아닙니다.


혀끝에 묵직하게 남는 흙의 기운.

그것은 붉은 땅에 맨발로 서서, 커피나무를 돌보던 호세가 당신에게 건네는 투박하지만 진실한 선물입니다.

코끝을 스치는 화사한 꽃향기.
그것은 4년 6개월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붉은 체리를 수확한 아베베가, 당신에게 보내는 수줍은 첫인사입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잘 익은 과일의 달콤함.

그것은 뜨거운 태양 아래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여, 씨앗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이름 모를 과육의 마지막 헌신입니다.

물처럼 맑고 깨끗한 여운.
그것은 48시간 동안 씨앗을 깨끗이 씻어내며, 투명함을 선물한 사무엘의 끈기입니다.

어디 하나 모난 곳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균형감.
그것은 어두운 창고에서 60일간, 씨앗의 거친 숨을 잠재우며 성숙을 이끌어낸 엘레나의 고요한 침묵입니다.

잡미 하나 없이 완벽한 한 모금.
그것은 수만 개의 생두 속에서, 당신만을 위해 단 하나의 결점도 허락하지 않았던 마르코의 냉정한 존중입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있는 생생한 신선함. 그것은 먼바다를 건너는 동안 이 씨앗의 품질을 책임지고 지켜낸 안드레아스가, 마침내 당신의 도시에 무사히 도착시키며 내쉬는 안도의 숨결입니다.

마음을 울리는 고소하고 깊은 풍미.
그것은 뜨거운 불 앞에서 땀 흘리며, 낯선 씨앗의 언어를 당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향기로 번역해 낸 마르셀의 열정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완벽한 한 모금.
그것은 당신을 위해 단 몇 분의 완벽한 무대를 준비한 레오의, 단 한 번뿐인 공연입니다.


두 번째 모금: 그들이 당신을 기다린 이유


보이시나요?

호세부터 레오까지, 이들의 영혼이 지금 당신의 입술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모릅니다.
호세는 사무엘의 이름을 모르고, 사무엘은 마르셀을 만난 적이 없으며, 마르셀은 안드레아스의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한 가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이것을 마실 것이다."

그 '누군가'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이름도, 얼굴도 아닌, 단지 '마지막 사람'으로만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호세는 당신이 좋아할 맛을 상상하며 땅을 일궜고,
아베베는 당신이 감탄할 체리만을 골랐으며,
엘레나는 당신이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씨앗을 성숙시켰고,
마르셀은 당신이 행복해할 향기를 불로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레오는 당신 앞에 이 한 잔을 조심스럽게 놓았습니다.


세 번째 모금: 당신이라는 이름의 완성


그리고 지금, 당신이 이 잔을 입술에 가져가는 바로 이 순간.

5년의 여정이 완성되었습니다.

5년 전, 호세가 심은 그 작은 씨앗은,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고, 여러 명의 손을 거쳐, 마침내 당신의 입술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아, 좋다..."라고 작게 감탄하는 그 한마디.

그 한마디는, 지난 5년간 이들이 흘린 모든 땀과 눈물을 닦아주는 가장 따뜻한 손수건이 됩니다.

그들의 기다림은 비로소 의미를 찾고,
그들의 노동은 마침내 보람이 되며,

그들의 헌신은 당신의 한 모금 속에서 완성됩니다.


피날레: 당신이라는 이름의 마침표


당신은 단순히 돈을 내고 커피를 산 '소비자'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이 길고 외로운 여정의 '최종 목적지'였으며,
미완성이었던 5년의 악보를 마침내 연주해 낸 '마지막 연주자'였습니다.

이 5년의 여정, 여러 개의 삶으로 이어진 이 긴 사슬(chain)은,
농장에서도, 창고에서도, 배 위에서도, 로스터리에서도,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도 결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이 마지막 순간,
'당신'이라는 이름의 위대한 마침표를 만나기 위해 달려온 것입니다.


에필로그: 당신의 다음 한 모금을 위하여


이제 당신이 다음에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그 작은 잔 안에 누구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여전히 지구 반대편에서,
당신의 다음 한 모금을 위해 땅을 일구고, 체리를 고르고, 씨앗을 씻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모르지만, 이 커피 한 잔으로 당신과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 작은 감탄 하나가,
그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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