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꿈

의문의 1승 그리고 1패

by 개츠비

# 의문의 1패

어느 날, 내가 지하철을 탔을 때 일입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생각 없이 노약자석 앞으로 갔죠.

승객들로 붐비는 시간, 그나마 여유가 있어 보이는 공간은 그곳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분명히 나보다 젊어 보였던 )이 나를 보더니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네요.

노약자석에 앉을 군번은 전혀 아니지만,
그 중년여성이 바로 내리는 줄로 알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죄다 젊은 놈들 뿐이었고,

일어서신 분 호의도 있고 해서,

적잖이 당황해하며 양보해 준 자리에 앉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지하철 역이 하나... 둘... 셋이 지나가도록 그분이 손잡이를 잡고 계속 서있네요.
(어, 바로 내리는 게 아니었어?)
다섯... 여섯... 일곱 역이 지나도 같은 상황이었죠.
(가만, 그럼 벌떡 일어나 내게 자리를 양보한 이유는??
혹시 내가 머리 염색을 안 했나?.... 지난주에 했는데.
그럼, 면도는?..... 손가락으로 짚어보니 한 게 분명했습니다.)

드디어 열개 역이 넘어서자,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자기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는 거네!)
합리적인 추론이 그렇게 정리되자
그때부터 그분의 호의가 불쾌감으로 바뀌었다가 괘씸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대로 내리면 내가 파삭 늙었다는 걸 인정하는 꼴 아닙니까.

나는 나보다 젊어 보이는 그 여성에게 다시 앉으시라고, 나보다 댁이 더 늙어 보인다고
권하기로 작정하고 눈을 부릅 떴습니다.


그런데, 이런 젠장!
조금 전까지 보였던 그 쭈그렁텅이 할망구가 그새 내렸는지 보이질 않네.


# 의문의 1승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도서관을 들어가는데 웬 중년 여성이 나를 보더니 반색을 합디다.

난 속으로 흐뭇한 마음에, 왜요? 하고 물었죠.

그분은 다짜고짜 내게 앉으라고 권하더니
팸플릿을 하나 건네주더군요.
제목이 '중장년 대상 산학연계 프로그램' 그런 종류였어요.
그 중년여성은 '선생님한테 아주 딱이네요!' 하면서 어쩌고저쩌고 설명을 늘어놓았죠.
기가 막히고 분해서 귀에 전혀 들려오지 않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한마디 해버렸죠.
"저한테는 안 맞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분은 당황해하면서 이유를 물었죠.

"전 중장년이 아니라 청년입니다, 청년."
난 가방을 다시 메고 서둘러 열람실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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