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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가까워진 AI 세상

by BM

요즘은 뭘 해도 AI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관심을 받는 세상이다. 마케팅도, 디자인도, 미디어도, 자동차도, 생활 전자 제품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가 안 들어가면 뭔가 구식이고 뒤쳐진 듯한 느낌을 준다. 하물면 아날로그의 대표적인 곳인 서점에서도 제목에 AI가 들어간 책들이 맨 앞에 진열되어 있다. 유튜브 영상들도 여기저기서 AI 즉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들이 많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산 AI 모델인 딥시크 때문에 전 세계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그동안 AI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주도하고 있는 듯했었지만 갑작스럽게 대중에게 나타난 중국 AI 모델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사실 전문가들은 이미 예전부터 중국의 딥시크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성능을 높여서 제품을 출시하리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앞으로 AI 경쟁은 더 흥미진진해질 것 같아 보인다.




지난달 한동안 바빠서 못 만났던 지인들을 2025년 새해 들어서 시드니 한 식당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나를 빼고 나머지 3명은 아직도 현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시는 분들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대기업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여기 호주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과 기술만 있으면 개발자로서 현업에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65세에 은퇴하면서 마지막 날까지도 코딩을 하셨던 분들도 많았다.


아무튼 만났던 모두가 IT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대화가 최근 기술 동향이나 또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이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공유가 주된 대화 내용이었고 드러다가 연스럽게 AI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 속에서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일하는 방식은 이제 고전이 되어 버렸고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똑똑한 AI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AI에게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정의나 목적을 간단하게 말하거나 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알고리즘을 이야기하면 완성품은 아니지만 대충 뼈대가 잡힌 소스 코드를 만들어 준다고 했다. 그걸 기반으로 살을 하나하나씩 붙여 나가는 방식으로 최종 완성품을 제작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 나의 귀를 의심했다.


더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은 회사에서도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AI 도구들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서비스나 플랫폼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하면 으레 개발팀들은 늘 다 같이 모여서 아키텍처를 정의하고 디자인을 한 후 개발자들은 그것을 기반으로 맨땅에 헤딩하듯이 코딩을 하곤 했었다. 물론 그전에도 구글 검색을 통해 남들이 만들어 놓은 소스를 참조 내지는 복사를 하는 것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 AI 개발 도구들은 차원이 다르다. 아키텍처 또는 디자인 설계를 상세히 따로 할 필요 없이 바로 개발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개발자들이 처음부터 해야 했던 코딩을 대신해 준다는 것이다.


식사하는 동안 내내 "참 세상 좋아졌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그럼 개발자들이 이제 많이 필요 없을 수도 있나?"라는 의문도 들었다.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튼 오랜만에 개발자들과 실제로 AI가 어느 정도 우리에게 다가왔는지에 대한 감을 확실히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훨씬 더 많은 것들이 AI를 통해서 이미 대신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2024년 초반부터 나는 ChatGPT AI를 내 업무에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제품 기획을 하다 보면 초기 기획 단계에서 시장분석, 경쟁사 분석, 기술 동향 등등 많은 자료 조사 및 데이타 분석 업무들이 많다. ChatGPT가 나오기 전에는 구글 검색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구글 검색은 아직도 많은 정보들을 손쉽게 찾아서 나에게 던져 준다. 문제는 그 검색 결과를 내가 따로 판별해야 하고 다시 재정리를 해야 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ChatGPT는 몇 번의 질문들을 통해 최종 보고서로 바로 사용해도 될 정도의 이미 정리된 콘텐츠를 나에게 던져 준다. 물론 인사이트를 더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간단한 검색이나 조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엄청난 생산성(productivity) 향상이다.


나의 보스도 처음에는 ChatGPT에 대해 썩 좋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점점 더 그 효율성에 반해서 이제는 팀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추천한다. 사실 ChatGPT를 나의 업무에 사용하면서 중간중간 나 자신도 어쩌면 이 AI로 대체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획도 AI가 만들어 준다. 어쩌면 내가 작성한 기획서보다도 더 나을지도 모른다.


지난번에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보스에 농담을 했다.


"만약 AI가 지금보다 더 발달되면 우리 다 집에 가야겠지? 너만 여기 남고...."

보스가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나도 로봇(AI를 관리하는)으로 대체될걸? 그러니까 같이 집에 가자."


농담이었지만 어쩌면 우리 둘 다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아내는 기계치다. 말 그대로 기계를 잘 쓸 줄 모른다. 남편이 IT 쪽에서 일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아내도 그런 분야에 잘하리라는 법은 없다. 컴퓨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독수리 타법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스마트폰도 쓰는 기능이 딱 한정되어 있다.


아내는 가끔씩 중요한 이메일을 누군가에게 보내야 할 때면 나에게 카톡으로 한국말을 보내서 이메일을 써달라거나 아니면 구글 번역기로 돌린 것을 보내서 이거 맞냐고 물어보곤 했다. 작년에 ChatGPT 앱을 스마트폰에 깔아주고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줬는데 지금은 너무 잘 쓴다. 더 이상 나에게 이메일을 부탁하는 일이 없다.


아내는 주위 친구들에게 전파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아줌마들이 다 요즘은 그것을 사용해서 이메일도 쓰고 검색도하고 다 한다고 들었다.




최근에 페이스북과 인스타 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CEO 마크 주커버그가 어느 팟캐스트에 나와서 AI에 관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가 그 인터뷰에서 바로 올해 2025년부터 메타는 AI가 중급자 레벨의 개발자를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믿을 수 없어서 사실 이 말을 지난번 개발자들과의 저녁 모임에서 물어봤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고. 그들 모두 동일한 대답은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적어도 초급 개발자들은 이미 AI가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고 보면 되고 그렇다고 하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는 초급 개발자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AI는 어릴적 우리가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던 그런 상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더 가까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다. TV나 뉴스에 나오는 유명인들이 말하는 더 진화된 AI 기술들이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니라 그들이 주장하듯이 몇 년 후면 바로 우리 앞에서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믿어야 할지도 모른다. 조금은 무섭지만 우리는 이 변화를 인정하고 현재 나의 직업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혹시 성장중인 자녀들이 있다면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을 좀 해봐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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