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올리버, <쇼타임>
개들 등장. 털을 빗고, 다듬고,
광까지 냈어.
리키가 말했어. "도대체 쟤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털을 반은 밀었잖아. 또
머리에는 베개를 매달고. 또
꼬리는 어디로 간 건데?"
그게 규정이야, 내가 말했다.
"뛰려고 애쓰는 저 여자들 좀 봐.
당신이랑은 정말 다른 것 같다."
고맙구나, 내가 말했지.
"저 꼴을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와.
좀 짖어야겠어!" 리키는 짖기 시작했어.
텔레비전에 대고 짖어봐야 아무 소용 없어,
내가 해봤어, 내가 말했다. 그러자 리키는 말했다.
"만약 저 개들을 만나면 여기로
초대할 거야, 여기선
진짜 개가 될 수 있으니까."
나의 말. "좋아. 하지만 기억해두렴.
모두를 위해 세상 모든 걸 고칠 순 없단다."
리키의 말. "그렇지만, 시작조차 안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잖아.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내가 한두 번 들었나, 한
백 번은 들었을걸?"
메리 올리버, <쇼타임>
<기러기>로 유명한 시인 메리 올리버가 자신과 주변의 개를 대상으로 쓴 시를 모은 책, <개를 위한 노래>. 맑은 눈망울로 인간에게 다가오는 개는 언제나 인간을 부끄럽게 만든다. 개중 <쇼타임>은 '꾸밈'이라는 주제로 인간 여자와 개의 위치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시이다.
"나"와 "나"의 개 "리키"는 텔레비전에서 송출되는 강아지 쇼를 보고 있다. "털을 빗고, 다듬고,/광까지" 낸 개의 모습은 같은 개인 리키에게는 어색하고 이상하기만 하다. "털을 반은 밀었잖아. 또/머리에는 베개를 매달고. 또/꼬리는 어디로 간 건데?"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인간의 기준에 맞추어 털을 깎고 다듬고 광을 내는 모습이. 털을 반이나 밀어 버리면 추위는 어떻게 할 것이며, 머리에 배개를 달면 산책할 때 얼마나 귀찮은가?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귀여우니까. 내 눈에 차니까.
예쁘니까, 귀여우니까, 괜찮아, 아이 예뻐, 아이 귀여워. 그런 말의 끝은 어디인가? 너 너무 귀엽다. 엉덩이도 동그랗고 보드랍고 너무 귀여워. 그런데 그 엉덩이가 좀 더 잘 보이면 어떨까? 네 꼬리는 엉덩이를 가리는 것 같아. 코기의 귀여움은 실룩거리는 동그란 엉덩이지. 자르는 건 어때? 마취를 하고 잘 치료해주면 괜찮을 거야. 그 편이 귀여우니까. 감정 표현? 에이, 괜찮아. 우리가 잘 알아챌 수 있어. 다른 개들이랑 교류는 어떻게 하나요? 그게 중요해? 네 엉덩이가 얼마나 귀여운데. 그렇게 웰시코기의 꼬리는 잘린다. 리키는 묻는다. "꼬리는 어디로 간 건데?"
웰시코기의 사라진 꼬리, 도베르만의 잘린 귀, 퍼그의 짧은 코와 입은 그렇게 탄생한다. 응응 그래, 아이 예뻐. 아이 귀여워. 그렇지? 귀엽지? 그런데 네 얼굴도 좀 더 예뻐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너도 머리 좀 하고, 여자가 그게 뭐야. 옷도 신경 좀 쓰고, 몸매도 신경 쓰고, 쌍커풀 살짝만 하면 더 예뻐질 거야. 그 정돈 수술도 아니야, 시술이지. 턱도 좀 네모지지 않아? 좀 깎자. 요즘엔 기술이 좋아져서 괜찮대.
털을 밀고 베개를 매달고, 꼬리도 자른 개와, 털을 밀고 "뛰려고 애"를 써야만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성형수술을 감내하는 여자는 무엇이 다른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기괴한 모습. 미인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배꼽을 내놓고 파마를 하고 화장을 하는 여자아이들의 모습, 죽음을 무릅쓰고 수술대에 오르는 여자들의 모습,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옷을 입는 여자들. 눈이 뻑뻑해지도록 화장을 하는 여자들. 텔레비전을 향해 짖는 리키를 향해 "나"는 말한다.
"텔레비전에 대고 짖어봐야 아무 소용없어,/내가 해봤어"라고. 영민한 리키는 그렇다면 저 개들을 만나면 여기로 초대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털을 깎고 꼬리를 자르지 않아도 괜찮은, "진짜 개"가 될 수 있는 "여기"로. 나는 "모두를 위해 세상 모든 걸 고칠 순 없"다고 말하지만, 리키는 "나"의 말로 "나"를 일깨운다.
"그렇지만, 시작조차 안 하면/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잖아. 당신이/그렇게 말하는 걸 내가 한두 번 들었나, 한/백 번은 들었을걸?"
리키의 말은 "나"의 말이다. "나"는 "진짜" 여자, 화장을 하지 않아도, 구두에 올라타지 않아도, 수술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진짜 여자"가 될 수 있는 "여기"를 발견하고, 만들고, 확장할 것이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그들의 "쇼타임"을 끝내버릴 것이다. "나"와 나와, 우리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