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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Apr 25. 2024

도서관의 효용성

우치다 다쓰루,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우치다 타츠루 선생은 내가 전작주의를 지향하는 몇 안 되는 저자 중 한 분이다. 이유라면, 그분이 줄기차게 말씀하시는 바에 구구절절 공감하기 때문이랄까.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도 이를테면 부모가 의견이 다른 것이 아이에게는 오히려 좋다, 와 같은 것이다. 오히려 생각이 다른 부모 밑에서 아이는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지, 말이 되는지를 나름으로 고민하여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려 할 테니까... 와 같은 논지인데, 책을 다 읽어야 그 합당함에 진심으로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러니까 선생의 새 책이 나오면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 저자 우치다 타츠루 | 출판 유유 | 발매 2024.04.14.




아, 책 제목을 보자마자 얼마나 웃었던지.

지독하게 공감한다. 하지만 공감한다고 말하기는 몹시 어렵다. 너무 이기적으로 들리지 않나, 저 공간에 가급적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것은. 

어쨌거나 저런 마음은 아마도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분명히 해봤을 생각일 테니 모두 유죄거나 그냥 무죄인 것으로 하자. 


도서관이라는 장소에 대한 나의 최초의 기억은 이렇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모 교육대학의 부속초등학교였던 관계로, 도서관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규모가 있는 도서실이 있었다. 점심시간에나 수업이 끝난 이후에는 도서실에 언제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두근거리던 기분은 여전히 어제 것 같다. 여기에 있는 책을 언제든 마음대로 볼 수 있다니, 이게 웬 횡재인가. 

그러나 듀이십진분류법을 모르는 어린이는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움을 알아차렸고, 그렇다고 사서 선생님께(당연히 그런 용어조차도 몰랐다) 물어보기에는 너무나 겁이 많았다. 도대체 이 많은 책들의 책등 아랫부분에 까맣고 하얗게 붙은 수수께끼의 숫자는 대체 무엇인지도.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자면 너무나 심각한 인지부조화가 일어날 정도로 숫기가 없던 어린이였던 나는 사흘 정도를 공간 탐색의 기간으로 잡았던 것 같다. 며칠이 지나고서야 마침내 도서실의 수수께끼를 일부 풀어냈다는 뿌듯함에 어깨가 반듯해졌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뭔지는 몰라도, 제일 앞자리 숫자가 같은 건 비슷한 종류의 책들을 묶어놓는 번지수 같은 거다- 라는 결론 끝에 도달했던 어린 내가 나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던지.


800번대를 찾아내고서 내면의 환성을 질렀던 순간까지도.


생각하니 우습다. 운도 없이 000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오래 걸렸지, 안쪽부터 들어가서 찾았으면 그리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아마도 사서 선생님은 매일같이 도서실에 꾸물꾸물 기어들어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안녕하세요, 를 내뱉고는 서가로 쏙 숨어버리는 꼬맹이가 무엇을 하는지를 꽤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셨을 것 같다. 조금은 귀여워도 하셨으려나. 어쩌면 제가 찾던 분류를 마침내 발견하고 좋아하는 모습까지도. 


도서관의 본질적 기능은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읽은 적 없는 책, 읽을 일 없는 책에 압도당하는 체험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153쪽


MBTI적으로 표현하자면 극I였던 어린이는 그곳에서 온갖 세계명작동화니 전설이니 하는 것들을 탐독하다 결국은 옆 서가를 기웃거리며 관심사에 들어있지 않던 책들까지 넘겨보게 되었고 그리하여 해피엔딩(대체 누구에게?).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 극소심했던 초딩이가, 만약 그곳이 핵인싸 친구들이 드글드글한 장소였다면 과연 그렇게 용감하게 발을 들일 수 있었을까.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도서관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무지'를 가시화하는 장치입니다. 다시 말해 도서관은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를 가르쳐 주는 장소이지요. 거기서는 숙연하게 자세를 바르게 하고 '1초를 아까워하며 배워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됩니다. 도서관의 교육적 의의는 그것이 전부일 겁니다. -31쪽
모국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네올로기즘neologism입니다. 새말을 만드는 일은 모국어로만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깨달은 지는 벌써 10년도 넘었습니다. -57쪽
교육과 의료계에 오는 사람은 어떤 공통의 경향이 있습니다. 와야 할 사람이 오는 것이죠. 그런 사람이 와서 문을 지키는 겁니다. 전 오사카 시장 하시모토 토오루 같은 사람은 그것을 아는 겁니다. 교육, 의료에 다른 세계로의 문이 열려 있음을 알고, 그것을 허용할 수가 없는 거죠. 힘 있는 자, 경쟁에서 이긴 자는 이 세상을 지배해도 좋고 약한 자, 경쟁에서 진 자는 몸을 움츠려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사상입니다. 이 세상의 권위나 가치와 인연이 없는 것이 이 세상에 들어오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전부 문을 닫는 거죠. 닫고 용접해서 청문을 달고 두 번 다시 '초월적인 것'이 이 세상에 들어와 아이들이 지적 성숙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감이 좋은 사람입니다. 단박에 인간의 감정 생활과 종교적 감수성을 충부하게 하는 기간을 전부 부숴 버리니까요. -85쪽 


물론 내가 우치다 선생님의 글을 몹시 좋아하고, 그분의 사상에 대부분 동조하긴 하지만, 저작권에 관해서는... 책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랄까,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아주 야아악간 소심하게 아니 선생님, 그건 말이죠. 하고 약간의 반항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다는 건 그냥 여기다 쬐그맣게 끼적거리기만 하는 걸로 하자 orz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실화인가요... ㄷㄷㄷ


지난해 성인 10명 중 6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경기매일(http://www.kgmaeil.net)

https://www.kgmaeil.net/news/articleView.html?idxno=43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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