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대충 해도 맛있는 마파두부
Hey my girls and one & only boy,
이제 오늘 오후부터 기나긴 연휴의 시작이로구나.
출퇴근에 힘겹고 벅찬 아빠와 학교 플러스 학원 라이프에 실시간으로 시달리는 너희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엄마는 연휴 생각만으로도 진작 괴롭기 시작한 지 좀 됐어.
내가 편도 한 시간 반의 버스를 견디며 출퇴근하던 시절에는 토요일도 근무를 했으며 대체휴일 같은 것은 꿈도 못 꾸었는데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천지가 얼마나 개벽한 것일까. 왜 세상은 내게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냐고. 이렇게 울분을 터뜨려 봤자 바뀔 게 뭐가 있겠니.
너희도 알다시피 엄마는 불만을 드러낸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일에는 빨리 수긍하고 적응하는 게 그나마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일이라고 수차례 가르쳐 왔지만, 지금 한 번만 앞뒤가 안 맞는 소릴 하고 갈게(물론 앞으로도 여러 번 하겠지만). 아, 진짜 자고로 연휴라면 모두가 공평하게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소싯적에는(......'- ') 엄마도 어떤 힘겨운 과정이 있건 말건 개의치 않고 청년정신을 한껏 발휘해 별별 희한한 음식들을 다 해보곤 했어.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생각나는 건, 기둥을 떼어낸 양송이 속을 갖은 양념으로 빚은 고기로 채워 또 그걸 밀달빵을 입혀 튀겨냈던 거야. 이게 어디에 올라간 음식인가 하면, 무려 진이의 돌잔치 날 밥상에 올라갔던 거지.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고 의욕만큼은 높이 사줄 만했다 싶기도 하다.
세 살과 갓 돌이 된 아가를 데리고 무려 집에서 돌잔치를 치르겠다고 그 난리를 친 게 말야. 네 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물론이고 작은 아빠 작은 엄마를 포함해 사촌언니, 그리고 외삼촌과 숙모까지 총출동해서 도대체 몇 명이었니. 지금 생각하면 고개가 오토매틱 절레절레야. 도전정신도 정도가 있는 건데, 뭘 믿고 설친 걸까. 그야말로 공명심에 절어 있던 어린 용자라 할 만했지. 아무튼 미역국과 불고기, 뭐 이런 것만 빼면 보도듣도 못한 음식을 잔뜩 상에 올리고서도 뿌듯해하던 당시의 어린 엄마를 생각하면, 그냥 어깨에서 힘이 잔뜩 빠진 헛웃음이 나네, 지금은. 그럴 때도 있는 거지. 다들 이불킥하고 싶은 기억 한두 개쯤은 품고 사는 거거든.
나중에 할머니가 그러셨어. 얘, 느이 시아버지 젓가락이 어디를 가야 할지를 몰라 한참을 허공에서 헛돌더라. 뭣도 모르는 엄마가 그랬지. 왜? 너무 먹을 게 많아서? 엄마는 지금까지도 할머니의 그 애잔한 눈빛을 잊지 못해. 할머니가 그러셨지. 아니, 뭔가 꽉 차긴 했는데 도무지 먹을 게 없어서.
손품은 있는 대로 들이고, 결과는 허망했지. 그랬던 시절이 있었기에 이제는 굉장히 대단한 걸 한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 별로 한 건 없는 음식에 주로 집착하게 됐나 봐. 그 말이 맞아, 아픔이 있어야 성장한다고.
말이 길었다.
너희가 항상 '엄마가 정말 힘든 거 해줬다'라고 감탄 + 감읍을 금치 못하며 먹곤 하는 마파두부 말야, 사실 이거 너무 간단해. 그득하게 담아 놓으면 그렇게 보이는 면도 있긴 하지. 근데 그냥 눈에 보이는 채소 다 종종 썰어 넣고, 다진 돼지고기 넣고 같이 볶아주는 게 다인걸.
그래도 꼭 들어가면 좋은 건 역시 양파와 대파지. 고추가 있으면 한두 개 같이 넣어줘도 좋고. 돼지고기는 갈아놓은 것을 사서 써도 되는데 엄마는 일부러 목살을 갈아달라고 해서 그걸 넣어. 맛이 훨씬 좋아지거든. 속는 셈 치고 해 봐. 돈은 조금 더 들지만 입이 행복한 것도 중요하잖아.
약불에 마늘을 편 썰기 해서 넣은 것과 다진 대파를 넣고 향을 끌어내 봐. 이게 무슨 말인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그냥 해봐. 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돼. 그렇게 향이 올라오면, 불을 세게 키워서 고기를 먼저 살짝 볶아준 다음 채소를 넣고 빠르게 휘저어. 예쁘게 깍둑 썰어놨던 두부도 넣어주고.
그리고, 아 맞다, 양념은 미리 섞어서 준비해 놔. 두반장을 2로 놓는다면 간장과 굴소스는 0.5 대 0.5의 비율로. 그리고 여기에 전분을 소량 미리 섞어둬. 엄마 경험상 전분물을 따로 붓는 것보다 미리 양념에 섞어두는 게 훨씬 나았거든. 채소는 살짝 설컹거릴 때 양념 들이붓고 빠르게 볶는 게 핵심이니까 너무 물컹하게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안 돼.
그럼 어때? 이젠 됐을까?
밥 한 끼 배부르고 따뜻하게 먹기 되게 힘들다, 그지. 근데 원래 사는 게 그래. 한 끼 먹고 나면 다음엔 또 뭐 먹나를 고민해야 하는 것처럼 간신히 하나 뭘 끝냈다 싶으면 또 골 아픈 일이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오더라. 그래도 내 손으로 한 끼 밥을 잘 챙기고 나면 그런 골치 아픈 일도 어떻게든 또 해결할 힘이 생기더라고. 오늘도 맛있는 밥 잘 먹길 바라, 삼남매야. 그건 그렇고 연휴 동안 뭐 해 먹고살지, 진짜.
밥이 두통의 근원이다, 엄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