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트 푸드가 뭐 별건가

무가 달아지는 계절엔 소고기뭇국

by 담화

오랜만에 집에 다녀간 선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맞는 월요일이 됐어. 가장 먼저 집을 떠난 선이가 집에 올 때마다 엄마는 제법 고심해. 길어야 사나흘 지내다 갈 텐데, 그동안 뭐가 가장 먹고 싶었을까. 뭘 해주면 제일 좋아할까. 그래서 항상 그때만큼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돌아서고 나면 꼭 아, 이거 해줄걸. 이거 못 먹여 보내서 아쉽네. 그런 생각이 드는 음식들이 있지.


엄마 입맛까지 포함해서, 다섯 식구가 드물게 다 좋아하는 음식을 곰곰 헤아리다 보니 특이하게도(별로 특이하지 않을지도) 그건 대부분 국물 요리더라. 그중의 하나로 손꼽을 만한 건 역시 (그리고 날이 추워지면 무가 맛있어지기 때문에 안 해 먹으면 아쉬운) 소고기 뭇국이 아닐까. 계절이 바뀌면 무가 맛있어지는 이유는, 날이 추워져서 얘네들이 몸속에 당분을 꼭꼭 숨겨두기 때문이야. 말하고 보니 어쩐지 겨울엔 두꺼운 패딩 속에 다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온갖 단 음식으로 지방을 채우는 슬픈 우리의 군상이 떠올라 숙연해진다… 아무튼 겨울 무는 맛있습니다.

뭘 해도 맛있지만, 그 맛있음을 찐하게 녹여내는 뭇국을 끓여보자.


아, 재료 준비하기 전에 당부의 말(?) 먼저. 이건 정말이지, 어떻게 해도 결코 미니멀하게는 맛있게 만들 수 없는 음식이야. 그러니까 가능하면 여러 사람과 나눠 먹는 방법이나, 정 안 되면 절반은 식혀서 냉동해 뒀다가 겨우내 냉동실을 파먹는(???) 쪽을 택하더라도 한 번에 많이 끓여야만 해. 그래야 맛이 있단다…


무는 크기가 엄청나게 제각각이지만, 대충 이렇게 생각하면 돼. 무와 소고기가 거의 동량으로 들어간다고. 사실은 무가 조금 더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일단 이렇게 외워두면 편하니까. 그리고 그 외 재료로는 한식에는 어디나 머리를 들이밀기 좋아하는 마늘과 파, 이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지.


일단 물을 아주 넉넉히 넣고 고기를 삶기 시작하는데 시간 여유만 있다면 한 시간 넘도록 푹 삶아주는 걸 추천해. 중간중간에 졸아드는 물도 꼭 보충해 주고.

아,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물론 처음엔 물만 끓이다 물이 끓은 이후에 고기를 넣고 삶아주는 거야, 알지? 그리고 그때부터 30분 이상 끓이는데, 40분은 족히 끓였다고 생각될 때 무를 덩어리째 넣고 같이 끓이면 좋긴 한데… (이건 엄마 스타일) 몇 분 뒤에 설익은 무를 꺼내서 나박나박 써는 게 생각만 해도 무리다 싶으면, 그냥 아예 처음부터 다 썰어서 준비해 두는 것도 좋아. 대신 이때는 훨씬 더 뒤에 넣어줘야 해.


아무튼 순서가 좀 꼬였다. 엄마 식대로 하자면, 1/2 덩어리째였던 무를 넣고 5분에서 10분, 그러니까 총 5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불을 끄고 지금껏 끓이던 고기와 무를 건져내서 잠깐 식혀주는 거지.


고기는 손으로 찢어도 되고 칼로 썰어도 되고, 무도 적당히 잘 썰어주는 거고. 여기에 다진 마늘과 국간장, 그리고 소금 약간(엄마가 항상 얘기하는 건데, 두루뭉술한 짠맛과 쨍한 짠맛을 잘 다루면 간 맞추는 기술이 놀랍게 좋아져)을 넣어서 아주 가볍게 재워둬. 한 5분 정도… 그리고 이제 얘네를 도로 냄비에 돌려 넣고 또 한 10분, 15분, 무가 익어가는 정도를 봐 가면서 더 끓여주는 거지. 이때는 어슷 썬 파도 같이 넉넉하게 넣어줘서.


종종 간을 봐줘, 무가 푹 익어갈수록 국물 맛에 순한 단맛이 배어드니까. 이 정도가 딱 좋다 싶을 때 불 끄고, 한 그릇 떠서 밥 한 공기 놓고 먹으면 되는 거지 뭐. 반찬이야 김치나 젓갈 한 보시기 정도만 꺼내도 좋지 않을까. 이렇게 또 한 끼 해결. 매일매일이 넘어야 할 산(?)으로 가득하지만, 그게 또 사는 재미지 뭐. 맞지?


오늘도 맛있게, 한 끼 잘 챙기고 좋은 하루 보내. 맛있는 거 먹었으면 엄마한테 사진도 찍어 보내고. 엄마도 요즘은 아이디어가 떨어져서 남의 음식 구경하는 게 재밌더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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