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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변인 May 26. 2016

닭쳐라 남미! -11-

이번판은 나가립니다. 다음판을 기대하세요

https://brunch.co.kr/@briefing/13

<전편에 이어...>


대화가 종반으로 다다를 무렵 그녀들이 나에게 물었다.


이번 주 토요일에 한국인이 주최하는 클럽 파티가 있는데 같이 갈래?


전 인류의 해방촌, 클럽 파티라니! 거기다가 한국인이 주최하는 클럽 파티라니!

유년시절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일이 다가왔을 때 이렇게 외치곤 했다.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토요일 당일 베로니카라는 친구가 지하철 역 근처에서 나를 픽업해서 클럽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예전 이야기인지라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만나는 시간이 밤 11시였든 가? 12시였든 가? 열차도 거의 다 끊기고 없을 야밤에 만나서 갔던 기억이 있다.) 클럽은 지하철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역에서 10분 이내에 온갖 클럽이 몰려 있는 서울과 다르네?라는 생각보다도 '아... 이거 야밤에 길도 모르고 버스 노선도 모르는데 뭐 타고 숙소까지 와야 하나...'하는 고민이 든다. 택시는 얼만지도 모르고 왠지 돈 아까울 것도 같고...


얼마나 걸었을까? 클럽 건물에 도착했다. 이게 클럽인가? 의심될 정도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벽돌 건물이다. 건물 앞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몇몇 동양 남자와 아르헨티나 여자들이 어울려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있던 베로니카가 한 동양 남자에게 인사를 한다. 둘이 잘 아는 사이 같다. 그녀가 남자를 나에게 인사시켜 준다.


아녕하세요~


어눌한 한국말이 귀에 거슬린다. 교포 3세구나! 외모는 분명 한국인인데 말하는 스타일이나 느낌이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TV에서 보던 아르헨도는 이 정도 이질감은 못 느꼈는데... 여하튼 짜식! 좋겠다. 군대도 안 가고! 나는 군대도 훈련소를 두 번 가는 곡절 끝에 육군 만기 전역했는데...

클럽 입구에서 역시나 교포 3세로 보이는 또 다른 남자가 카메라를 들이민다. 사진 찍히는 것에 민감한 사람들은 얼굴을 가리면서 도망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이런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나처럼 관대한 사람은 온화하고 신비한 동양의 미소를 사진에 남겨주기도 한다.


출처: Glam&Fuck


입구에 들어서자 귀를 찢는 비트, 하얀 살결을 드러낸 여자들의 빨간 립스틱, 하얀 담배연기, 테이블 위엔 보석 색깔 칵테일 촛불 사이로 비치는 내 몸덩이, 밤이 깊어도 많은 사람들 토론하는 남자, 술에 취한 여자, 모두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못 본체 하며 목소리만 높여서 얘기하네. 흔들리는 사람들 한 밤의 한인 클럽. 하지만 내 몸짓은 누굴 위한 걸까 알 수 없는 마음에 얼마 가지 않아 흥이 가라앉아 버렸다.


 

흔들리는 사람들, 한밤의 한인 클럽


내 테이블 주위의 친구들과 다른 테이블, 홀에 서 있는 아르헨티나 여자들을 번갈아 보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주된 이유였지만 사방에서 피어대는 담배 연기에 눈이 따가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남자로서 동물적으로 느끼는 느낌적인 느낌 '아! 오늘은 나가리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 수도 있다. 


사진 한 장 찍고 얼마 안 있어 클럽을 나선다.


(하나! 둘! 셋!) 나가리~:)

출처: Glam&Fuck




히유...



침대에서 눈을 뜨자 한숨이 나온다. 숙소에 새벽에 돌아와 다른 사람들 깰까 봐 씻지도 않고 잤더니 머리부터 몸에 담배연기가 절어있었다.


이게 뭐하고 있는 거지...?


청운의 꿈을 안고 지구 반대편으로 18,000km를 날아왔는데 청운은 온 데 간데없고 쓰나미가 내 몸을 덮친 느낌이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생각보다 돈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지지부진한 진행속도에 스스로가 질려가고 있던 그때 한국에 계신 스페인어 학원 원장 선생님에게 페이스북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이과수 사진 잘 보았어요. 정말 멋진 곳이죠. XXX씨 지금 휴가 중입니다. 다음 주에 가서 만나보세요. 그러면 다른 사람을 한번 만나 보세요. 지난번 한인회장이었고 거기 교민사회에서 만나기 힘든 고품격을 지닌 사람입니다. 지금은 한국인학교 이사장으로 봉사하고 계시고 부인은 아베샤네다에서 가게를 가지고 있지요. 아마도 월요일은 꼭 한국인 학교에 나오니 전화 통화가 가능할 거예요. 내 추천으로 전화드렸다 하고 만나보세요. 핸드폰 번호를 모르지만 한국인 학교에 전화하시면 될 거예요. 백구(지역명)에 있어요. 한국인 학교가 아마 '까라보보 거리'랑 '아삼블레아 거리'가 만나는 지점에 있을 거예요. OOO 이사장님을 찾으세요. 그분은 70년대 이민오신 고대 출신입니다. 영양가 있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건투를 빕니다. 

 


당시 페이스북 메시지



그나마 믿고 있던 분에게 한국을 떠나자마자 밑장 빼기를 당하고 몇 번 판이 엎어지다 보니 38 광땡인 줄 알았던 패가 이제는 망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맛을 아는 사나이 아니던가.


그래! 못 먹어도 고!


다시 힘을 내 한인학교를 가보기로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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