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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변인 Nov 29. 2016

닭쳐라 남미! 시즌2 블랙야크 in 페루 -8-

와이나픽추 그리고 마추픽추

옛날 청춘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청춘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어른들을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춘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수한 어른인 대변인을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고운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의 바른 길잡이가 되어야겠습니다. 한 명의 어른,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전편에 이어...]


낮에 인티푼쿠에서 찍은 마추픽추 사진들에 '좋아요'가 계속 달린다. 나도 기분이 좋아요다. 와이나 픽추 사진은 더 많은 '좋아요'가 달릴 것이라 예상하며 호텔을 나와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구경을 했다. 광장에서는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뭔가 축제 분위기다. 주민, 관광객이 섞여서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몰려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매우 배알이 꼬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낮에 있었던 잉카 트레일의 피로를 풀 겸 글로벌 야크 크루 멤버 몇몇과 페루 관광청의 대리님까지 6명 정도가 광장에 있는 음식점에 모였다.


잉카 트레일까지 무사히 마친 것을 기념(?) 하기 위한 자리였다. 안주는 감자튀김 솔로. 광장이 바로 보이는 음식점 2층에서 퍼레이드를 보며 그간 못했던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내일을 위해 가게를 나서려는데... 


맥주 3병, 감자튀김 네 접시에 약 5~6만원 돈이 나왔다. 많이 쳐줘도 정가 대비 2배 이상 비싸게 가격을 부른다.

전형적인 외국인 바가지였다. 이걸 따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블랙야크 팀장님이 결제를 한다.

한때 도시의 들개처럼 불의를 참지 못하던 내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고 그냥 넘어가다니...

음식점을 나와 팀장님에게 한마디 했다.


저기는 조금... 너무 후려치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팀장님 왈


주문 전에 메뉴판을 봤는데 우리 계산서는 맥주값을 두배로 적어 넣더라...


여태껏 해외를 여행하면서 택시 바가지, 외국인 별도 입장료 등은 겪어봤지만 음식값 2배 뻥튀기는 처음이었다.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앱으로 검색을 안 해보고 그냥 제일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던 우리의 불찰 이리라...

그동안 페루 관광청+여행사가 준비해준 식당, 호텔에서만 밥을 먹다가 우리끼리 나왔더니 바로 눈탱이를 맞은 격이다. 다시 한번 이번 여행의 모토인 '세상은 문 밖에 있다'를 몸소 느끼면서 호텔로 돌아왔다.




어제 일정이 잉카 트레일로 마추픽추를 바깥에서 둘러보는 것이라면 오늘의 일정은 마추픽추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와이나픽추'에 오른 후 마추픽추 본진을 돌아보는 코스다.


네 저길 올라갑니다.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필수 방문지! 마. 추. 픽. 추!


좌: 마추픽추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 우: 입장 시 입장권과 여권을 함께 체크하는 모습 


다른 여행자들은 바로 마추픽추 내부를 둘러보지만 우리는 와이나픽추를 올라가기로 한지라 바로 와이나픽추 입구로 향했다. 와이나픽추는 오전 200명, 오후 200명 이렇게 하루 총 400명만 입장할 수 있는 마추픽추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일반 여행객이라면 마추픽추 방문 수개월 전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만 한다고 한다.


입,퇴장시 직접 서명을 해야하는 와이나픽추


과연 어떤 모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도 잠시... 가파른 돌무더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와이나픽추 등산중 (사진: 손자일)


두발로 올라가다 어느덧 네발로 기어 올라가는 내 모습을 보며 잠시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고민하게 된다. 그냥 일반적인 관광 코스로 간다면 이렇게 힘들게 올라서지 않아도 될 텐데... 예전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남미를 다녀올 때도 느낀 거지만 남들과 다르게 살려고 하면 고생한다.



그렇게 '세상은 문 밖에 있다'는 표어 아래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이라 쓰고 기어 온) 끝에 드디어 와이나픽추 정상에 섰다.



오늘 마추픽추를 관람하러 온 관광객들 중 400명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인티푼쿠에서 본 마추픽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소곤소곤)


와이나픽추 하산 후 마추픽추 내부 관람이 이어진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 마추픽추는 고대 잉카 문명 또는 잉카제국의 중심으로 뭔가 제국의 비밀 수도, 또는 비밀 도시?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잉카시대의 수도는 쿠스코이고 마추픽추는 당시 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집(?) 정도라는 것... 거기다 역사는 500년 정도라고 하니, 뭐랄까? 조선시대 사대부의 99칸짜리 집을 둘러보는 것이라면 비슷하달까?



내부 가이드 투어까지 끝나고 이번 페루 여행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미 잉카 트레일, 와이나픽추, 마추픽추 내부 관람을 많이 했기에 충분히 봤다고 생각한 몇몇은 버스를 타고 내려갔지만 나는 이때가 아니면 다시 마추픽추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추픽추를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인티푼쿠로 다시 향했다.




인티푼쿠 주변에 앉아 마추픽추를 돌아보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곳 없네, 어즈버 태평 연월이 꿈 이련가 하노라며 본인의 찬란했던(?) 과거를 돌아보려는 찰나 


삑!!!!!!!


호루라기 소리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돌아보니 웬 동양인 영감님이 비싸 보이는 DSLR 카메라를 들고 입장 금지된 유적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변에 들어가지 말라고 표지판이 있었지 너무도 뻔뻔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이 한편으론 경이롭게까지 보인다.

계속되는 마추픽추 관리원의 호루라기 소리에 동양 영감님이 입을 연다


아~ 미안해요~


한국 영감님과 그 일행들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관리원의 지적을 받으며 뻔뻔하게 사진을 찍고 사라졌다. 정말 이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내가 이러려고 페루까지 왔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약 3시간 정도 인티푼쿠 주변에서 마추픽추를 눈에 새겼다. 이제 내려가면 마추픽추는 과연 생전에 다시 올 기회가 없을 확률이 더 많을 것이다.



아... 이제 다 끝났구나


이번 여행의 방점이 찍혀 있던 마추픽추를 보고 나니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는다. 아구아스 깔리엔테스에서 할 것들은 전부 끝났으니 쿠스코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에 모였다. 저녁 기차를 타고 쿠스코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역에서 쿠스코행 기차를 기다리며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러 플랫폼으로 향하는데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우리를 막아선다.

이제 마추픽추도 다 봤는데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이 있겠어... 하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마추픽추보다 더 대단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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