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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쳐라 남미! -5-

드디어 나에게 빌어먹을 변화가 찾아왔다!

by 대변인

https://brunch.co.kr/@briefing/7


<전편에 이어...>


더 이상 고민해봤자 머리만 아플 것 같아 일단 한숨 눈 좀 부치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서 시내 관광이나 해야겠다...



2시간쯤 누워있다 눈을 떴다. 이제 진짜 아르헨티나에 왔다. 처음 한 달간 일자리나 한인 사회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관광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몸으로 느껴야 좀 더 적응이 수월할 것 같았다. 숙소에 붙어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관광지 정보를 보고 하루하루 시내 관광을 시작한다.


일단 관광지 리스트를 보고 목적지를 정한 후



먼저 가까이에 있는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Casa Rosada (=핑크 하우스)부터 가본다.



미국은 흰 집, 한국은 파란 집, 아르헨티나는 핑크 집이다. 박근혜 대통령처럼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크리스티나'라는 여성 대통령이 집권 중이었다. 그녀와 관료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게 좋은 예시를 보여주듯 아르헨티나 경제 파산, 수출입 봉쇄, 환율 붕괴 등 아르헨티나를 국제적 고립무원의 땅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이런 혼돈의 시대에는 오히려 나 같은 사람에게 더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만 하고 아르헨티나를 갔지, 오히려 기회도 더 없고 인생에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ㅆ바...ㄹ)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명동거리, 플로리다 거리(Avenida Florida)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명동이다. 생김새도 비슷하다 긴 길을 따라 양쪽으로 쇼핑가,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아르헨티나 페소가 폭망한 덕분에 이곳의 사설 환전소를 통해 달러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환전했다. 정부가 수출입도 통제하고 환율에도 손을 대면서 은행에 가면 1달러=4페소, 사설 환전소는 1달러=7페소로 거래가 되었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페소의 가치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조회를 해보니 지금은 1달러=14페소다.(2016년 5월 13일 자) 3년 전에 비해 달러의 가치가 정확히 두배가 되었다. 즉 달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가치가 올라가니 자국 페소를 달러로 바꿔 쌓아두기만 해도 돈이 늘어나는 창조경제가 실현되고 있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이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지하철(Subte)

지금은 똥망이지만, 아르헨티나는 1913년 세계에서 13번째, 남미에서는 첫 번째로 지하철을 설치한 나라였다. 하지만 나라가 어려워지자 지하철도 같이 어려워지는 듯하다. 열차의 그라피티가 마치 로마 테르미니역에 와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유심히 봐야 할 것은 열차의 형태다. 우리나라 예전 1호선처럼 창문을 아래쪽으로 내려서 여는 형태, 열차 내부에 붙어있는 일본어 안내문구 등... 일본에서 운행했던 예전 중고 객차들이 남반구에서 다시 사용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신형 객차로 점차 교체되고 있다)



산텔모 마켓(San Telmo)

일요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이다.




라 보카(La Boca) 지역

아르헨티나의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었던 축구팀 보카 주니어스의 구장이 있는 보카 지역. 마라도나 형과 다소곳이 한컷 찍어본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중 한 곳 엘 아테네오(El Ateneo)

1919년부터 극장으로 쓰인 건물을 서점으로 만들었다. 페북 페이지나 각종 여행지 랭킹 중 '~~~를 가면 꼭 가봐야 할 서점'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나도 2개월 배운 스페인어를 바탕으로 이곳에서 잠시 문학적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에비타의 묘가 있는 레콜레타(Recoleta)

Don't cry for me Argentina~영화와 뮤지컬로 유명한 에비타, 에바 페론의 묘가 있는 레콜레타 묘지.

에비타 하니 예전 런던에서 뮤지컬 에비타를 본 기억이 있다. 영어 뮤지컬이 알아듣기 힘들어도 보통 배우들의 표정이나 눈치로 내용을 조금씩 파악하기 마련인데 뮤지컬 에비타는 지금도 어떤 내용인지 미궁에 쌓여있다. 기억나는 건 에바 페론이 아르헨티나 보고 울지 말라고 달래는 장면뿐... 참 좋은 뮤지컬이다.




이렇게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일주일간 부에노스 아이레스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머물고 있던 한인 민박 '남미OO'은 총 8박을 예약했는데 웃고 즐기다 보니 어느덧 하루가 남았다. 이제 슬슬 이곳에서 좀 더 머물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숙소를 이동할지 결정할 때가 되었다. 이곳에서 만난 내 또래 부부 여행자분이 자신들은 다른 곳으로 다음 숙소를 정했다며 같이 옮기자고 한다. 내일 같이 새로운 숙소를 가보고 나도 옮길지 말지 결정을 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내 몸에서 이상한 변화의 조짐이 느껴졌다.


어? 어?? 어!!! 쒸발!!!!!! 이거 왜 이래???!!!


*마지막 대사는 당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부득이하게 비속어가 쓰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미친놈처럼 숙소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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