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에서 절대 피해야 할 그것!
https://brunch.co.kr/@briefing/8
<전편에 이어서...>
어? 어?? 어!!! 쒸발!!!!!! 이거 왜 이래???!!!
*위 대사는 당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부득이하게 비속어가 쓰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미친놈처럼 숙소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아악!!!!!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간지러움과 함께 피부 이곳저곳에 벌건 발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미 발등, 발목부터 시작하여 다리 전체에 벌겋게 발진이 일어나 있었다.
베드버그 물렸네!
설마설마 이건 아닐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내 피부의 발진을 보고는 모두 한결같이 '베드버그'라고 판정을 내렸다.
그렇다! 나는 남미에 온지 일주일 만에 해외 여행자들에게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베드버그(=빈대)에 물린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일주일간 숙소 '남미OO'에 머무르면서 계속해서 베드버그에 물린 투숙객을 보아왔다. 그때마다 숙소의 관리자들은 '브라질에서 물려가지고 오셨나 봐요'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물려가지고 오셨나 봐요' 라며 베드버그의 출처가 자신들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었다. 남미 일주를 하는 여행객이 많은 이곳 특성상 사람들도 어디쯤에서 물렸을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랐다. 한국에서 다이렉트로 아르헨티나 숙소에 왔고 일주일간 잠을 잔곳은 이곳밖에 없기 때문에 숙소 '남미OO'에서 베드버그에 물렸다는 것은 시쳇말로 '빼박캔트'였던 것이다.
한여름의 아르헨티나, 에어컨도 없어 선풍기 몇 대만 돌아가는 덥고 습습한 이곳에서 베드버그에 물려 온몸이 미칠 듯이 가렵자 도저히 앞으로 어떻게,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숙소의 스탭들은 아무런 지식이나 상비약도 없었고 여행객들도 딱히 방도가 없다고 한다. 다만 지금 이 빨간 발진이 다리를 타고 복부, 등, 목, 얼굴까지 올라올 것이며 한동안 미칠듯한 가려움에 어디 돌아다닐 생각을 못 할 것이라고, 또 베드버그는 나무 침대, 옷가지 등에 숨어있으므로 기존에 가지고 있는 옷들도 전부 삶거나 일광건조를 해서 베드버그를 죽이지 않는 한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절망적인 말들만 들려왔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미 내가 자던 방, 침대는 베드버그의 소굴로 판명되었기 때문에 다시금 그곳에 발을 들이기 싫었다. 숙소 스탭들은 뭔가를 하긴 해야겠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방에다 벌레들 쫒는 연막탄을 터트렸다. 숙소 한편에 놓여있는 소파에 몸을 뉘었다. 꿉꿉하고 갈라진 인조가죽의 느낌, 미칠 듯이 가려운 몸, 덥고 습한 실내 공기가 빌어먹을 조합을 이루었다.
아...씨바ㄹ...
소파에 누워 있으니 주위에 중지 손가락 만한 나방들이 날아다닌다. 지금은 아무도 나를 건드려선 안된다. 여자들이 생리할 때 겪는 짜증과 아픔을 직접 느낄 순 없지만 그보다 더하면 더했을 짜증과 아픔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 당시 나의 상태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나방이고 나발이고 다 패대기치고 싶을 정도로 정신적 공황 상태였다.
다음날 아침이 밝자마자 방안에 있던 여행용 트렁크를 꺼내 옷가지들을 건물 옥상에 널고 우선 숙소부터 다른 곳으로 옮겼다. 베드버그에 물린 여행객은 배낭에 베드버그가 같이 있을 확률이 있어 호스텔에서 투숙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새로 옮긴 호스텔의 스탭들은 '이 인간 뭔가 불안한데...' 생각은 하는 것 같으면서도 투숙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한국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아르헨티나 친구들에게 대책을 물어 근처 약국에서 마법의 크림을 구했다.
마법의 크림! 절망에서 나를 구해준 바로 그 크림! 칼라드릴! 베드버그에 효과 만점!
당시 베드버그로 초토화된 다리
하루에 수회씩 몸통부터 다리까지 사진의 흰색 크림을 사정없이 발라댔다. 삶의 희망과 아르헨티나 이민에 대한 기대를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바로 그 베드버그 숙소 '남미OO'의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 그래도 그곳에서의 악몽 같았던 시간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이른바 '한따까리' 타임이 왔구나 싶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