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태기 극복을 위한 근황 일기

by 광현



호기롭게 시작한 글쓰기가 언제부턴가 지지부진하다. 브런치 작가까지 패스하고 뭔가 제대로 해보나 싶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삐걱대고 있는 상태다. 오늘은 특별한 부담 없이 글쓰기에 대한 내 마음을 점검해보려는 생각으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본다.


브런치는 내가 쓴 글을 잘 포장해주는 것 같아 좋다. 일단 올려두면 그럴듯해 보인다. 근데 플랫폼의 수준에 맞게 어느 정도 기획되고 갖춰진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이 든다. 블로그에는 그냥 일기처럼 헛소리도 잘 쓰곤 했는데, 적어도 브런치 작가(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라고 하면 독자(라고 하는 것도 역시 민망하지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과 공감을 주는 글을 써야만 하는 것이니까. 그게 꽤나 부담이 된다.


게다가 퇴근 후에 육아를 해야 하는 사정 상 글쓰기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한 편을 쓰더라도 브런치에 발행할 만한 글을 쓰고 싶다는 조바심이 자꾸 생긴다. 마음이 급하니까 글은 잘 안 써지고, 하얀 화면 앞에 앉는 게 갈수록 부담이 되고, 그렇게 글을 쓰는 횟수 자체가 많이 줄었다. 근 2주 동안은 글이라고 할만한 걸 거의 쓴 적이 없다. 특별한 목적이나 플랫폼에 갇히지 말고 일상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습관을 다시 회복해야겠다. 주제를 한정 짓지 말고 자연스럽게 그날의 감상을 기록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자. 전에 잘 해왔던 것처럼.



그리고 요즘 새로운 관심사들이 몇 가지 생기는 바람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소홀했다. 카더가든이라는 뮤지션에게 빠져서 라이브 영상이나 출연한 유튜브 콘텐츠들을 자주 찾아보고 있다. 회사에서 간간히 생기는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그렇게 보낸다. 한참 빠져서 듣던 재즈도 이제 뒷전이다. 내 덕후력이 오랜만에 또 발동했다. 지금도 카더가든 노래를 듣고 있다. 대체 왜 질리지 않는 것인가.


홈트를 시작했다. 나름 운동과 식단관리를 하면서 일지를 쓰기 시작한 지 20일이 지났다. 난생처음 보충제도 샀다. 운동 후 전용 텀블러에 우유와 프로틴을 넣고 흔들어 마시면 내가 대단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만족감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 충분히 안 하는 사람은 프로틴 먹으면 살만 찐다고 하니까 열심히 해야 된다. 뭔가 앞뒤가 바뀐 것 같지만 상관없다.


새로운 관심사들에게 집중하는 사이 일상의 루틴이 무너졌다. 한동안 새벽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성경필사와 독서,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는데 못한 지 꽤 됐다. 조금 전에 오랜만에 필사 노트를 펼쳤는데 안 쓴 지 거의 3주가 흘렀구나. 읽던 책을 마지막으로 펼친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하다가 멈춘 일들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부담이 없다. 글쓰기, 독서, 성경필사, 러닝, 운동 모두 다 애초에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냥 좋아서 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 또는 몇 주씩 빼먹었다고 해서 낙담하지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에이 이번에도 실패했네'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면서 그만둬버렸을 텐데, 이제는 방향만 꾸준히 유지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간다. 거창한 결과보다는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모습 정도를 기대하면서. 그 일을 하는 순간이 주는 즐거움에 좀 더 집중하면서.


흐트러졌던 일상을 다시 한번 정돈할 시점이다. 엉뚱한 곳에 관심을 쏟는 동안 원래 하던 일들이 멈춰버리긴 했지만 나는 새로운 재료들을 얻었다. 이것들까지 더해서 전보다 더 다채롭고 행복한 일상을 구성해 볼 수 있겠지.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이 정도의 일탈은 오히려 활력이 되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두서없는 글을 쓰면서 마음이 많이 정리됐다. 한동안 찝찝했는데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할 힘이 조금 생겼다. 오늘 글 쓰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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