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6일은 5시에 일어나 작은 방에서 이어폰을 꽂고 땀을 흘린다. 이번엔 얼마나 가려나 하며 시작한 게 벌써 한 달 하고도 보름. 내 삶에서 이 정도면 기적에 가깝다. 살면서 운동을, 아니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이렇게 자발적이고 꾸준하게 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항상 냄비처럼 들끓다 식어버리곤 했던 내 열정이 이번엔 무슨 일이람.
생각해보면 뭔가를 시작했다가 금방 관둬버리는 나의 의지박약함은 지금도 여전하다. 얼마 전에는 유튜브 채널 하나 만들어서 깔짝이다 말았고(그러고 나서 또 새로 만들었다), 운명이라 생각했던 글쓰기도 요즘은 시들하다. 하루에 10절씩 쓰던 성경필사도 최근 날짜를 보니 띄엄띄엄. 독서도 한참 재밌게 하다가 손 놓은 지 꽤 오래되었네. 내가 사는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그래도 상관없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런 일들은 그저 내가 좋아서 시작하고, 내가 멈추고 싶어서 멈추는 것들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잠깐 쉰다고, 또는 아주 잊어버린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젠가 내가 다시 하고 싶은 때가 오면 그때 또 하면 된다.
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일들에 특별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스케줄이야 정해두지만 이걸 해서 무엇이 되겠다, 무엇을 이루겠다 같은 결심은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습관처럼 목표를 먼저 세웠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는 순간부터 그것은 항상 족쇄가 되었고, 그 일이 주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그 결과는 대부분 Fail. 그런 부정적인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 스스로를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게 '목표'와 그것을 달성할 '의지'였을까?
책 <미움받을 용기>의 일부이다.
인생 최대의 거짓말. 그것은 '지금, 여기'를 살지 않는 것이라네.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고, 인생 전체에 흐릿한 빛을 비추면서 뭔가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는 거지. 자네는 지금까지 '지금, 여기'를 외면하고 있지도 않은 과거와 미래에만 빛을 비춰왔어. 자신의 인생에 더없이 소중한 찰나에 엄청난 거짓말을 했던 거야.
읽는 사람마다 각자의 해석이 있을 텐데, 나는 이 메시지를 이렇게 소화했다.
1. 먼 미래의 목표에 매몰되지 말 것
2. 지금 내가 느끼는 즐거움에 집중할 것
내가 하고 있는 새벽 운동에는 뚜렷한 목표가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건강한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다는 큰 방향 정도를 세웠을 뿐이다. 만약 내가 바디 프로필 촬영 날짜 같은 걸 정해두고 '이때까지 꼭 몸짱이 되겠어!' 하며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난 쉽게 변하지 않는 거울 속의 몸을 보며 매일 초조했을 것이고, 방에서 혼자 쇳덩이를 들어 올리며 땀을 흘리는 그 새벽이 참 고단하고 지루했을 것 같다. 아마 1, 2주 정도 하고 또 관두지 않았을까. 전에도 자주 그랬던 것처럼.
내가 요즘 새벽 운동을 하면서 집중하는 것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뿌듯함, 살짝 펌핑된 몸으로 출근할 때 느껴지는 자신감(물론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다시 쪼그라드는 신기루 같은 것이지만), 10년째 제자리였던 체중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 같은 것들이다. 저 멀리 있는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운동을 하는 지금, 오늘 당장 내가 누릴 수 있는 성취와 기쁨에 주목하는 거다.
물론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잘 이뤄내는 멋진 분들도 많겠지만,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나는 '지금, 여기'에 집중할 때 결과적으로 더 꾸준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목표를 세우고 실패하는 일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에게 이런 접근을 한 번쯤 권하고 싶다.
한 달 조금 넘었다고 이런 글까지 쓰는 게 우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항상 목표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나였기에,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작고 알찬 팁을 하나 알게 된 것 같은 기쁨으로 기록을 남긴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근데 이런 글까지 쓰고 금방 새벽 운동을 관둬버리면 어떡하지? 아참, 그래도 상관없다. 애초에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새벽에도 운동을 하며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