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부터 인간관계의 필연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그 변화는 그동안 타인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면서 손쉽게 얻어온 얄팍한 애정들과의 작별이다. 처음 보는 나와 마주하고,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지해 줄 사람들과 새롭게 관계 맺는 일이다.
나답게 살면 마냥 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혹시 집단 속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든다. 어느 날 퇴근길 라디오에서 흐르는 재즈 발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 고민에 대한 작은 위로와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재즈는 1940년대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관객들이 춤추기 위한 신나는 '스윙'이 아닌 연주자 중심, 감상 중심의 '비밥'이라는 장르로 발전한다. 2차 세계대전으로 댄스 클럽에 대한 과세가 심해진 것이 큰 배경이지만, 대중을 위한 공연에 지친 연주자 개개인의 갈증이 변화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비밥 시대의 연주자들은 자신의 무대에 'No Dance'라는 팻말을 세우곤 했다. 뮤지션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일종의 선언이 아니었을까. '나를 위한 음악을 하겠어!'라는. 재즈는 비밥 시대로 넘어가며 즐기는 사람의 숫자가 확연히 적어졌지만,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와 함께 장르로서의 고유성을 더 단단하게 확립했다.
나 역시 타인에 의해 존재를 확인받던 시대를 지나, 스스로 내 가치를 정의하고 표현하기 위한 불편하고 불안한 성장기를 지나고 있다.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한 지금의 내 고민과 노력도 언젠가 대체 불가능한 매력적인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일 것이라 믿는다.